트럼프의 승부수: 백악관의 이중 포위 작전

by 구미잉

표면적으로 어제 8월 27일의 미국 시장은 평온 그 자체였는데요. S&P 500 지수는 소폭 상승하며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투자자들은 반도체 거인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관망하는 듯한 자세를 보였죠. 하지만 이 잔잔한 수면 아래에서는 미국 금융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이날 시장의 진짜 이야기는 기업 실적이나 경제 지표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를 자신들의 의도대로 움직이기 위해 벌이는 치밀하고 공격적인 캠페인에 관한 것이었죠.


행정부는 연준이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도록 교묘한 판을 짜는 ‘이중 포위’ 작전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포위망은 ‘인플레이션 승리 선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가 “곧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공언했죠. 이는 단순한 시장 전망이 아닙니다. 연준이 긴축을 고수하는 가장 중요한 명분인 ‘물가 안정’에 대해, “인플레이션은 이제 끝났으니, 더 이상 긴축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정교한 정치적 행위입니다. 대통령의 발언에 WTI 유가는 즉각 1.4% 하락하며 반응했고, 시장은 이 서사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두 번째 포위망은 ‘재정 건전성 과시’입니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의회예산처(CBO) 분석을 인용하며, 행정부의 재정 계획이 향후 10년간 4조 달러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축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이 계획의 핵심은 3.3조 달러에 달하는 관세 수입 증대와 7천억 달러의 이자 비용 절감이죠. 이 메시지의 숨은 뜻은 명확합니다. “우리는 재정 건전화를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으니, 이제 당신(연준)이 통화 완화로 화답할 차례”라며 모든 공을 연준에게 넘기는 고도의 전략인 셈입니다.


이러한 간접적인 압박을 넘어, 행정부는 연준의 독립성이라는 성역 자체를 흔드는 직접적인 공격에도 나섰습니다.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하겠다고 통보하고, 그 자리에 ‘트럼프 충성파’인 스티브 미란을 지명하려는 움직임이 그것이죠. 이는 과거 행정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연준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전례 없는 시도입니다. 시장은 이 모든 압박의 의미를 정확히 읽어냈습니다. CME FedWatch 툴에 따르면, 9월 FOMC에서 금리가 인하될 확률은 90%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죠. 시장은 행정부의 압박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겁니다.


결국 8월 27일 시장을 움직인 단 하나의 키워드는 ‘강압(Coercion)’이었습니다. 행정부는 경제 논리로 연준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힘으로 ‘굴복’시키려 하고 있죠. 시장은 당장의 금리 인하라는 달콤한 과실을 기대하며 환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기적인 낙관론은 장기적인 시장 안정성의 근간인 중앙은행의 제도적 신뢰도를 침식시키는 대가 위에서 세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역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오늘 시장의 환호는, 어쩌면 더 큰 불확실성을 초래하는 ‘피로스의 승리(Pyrrhic victory)’의 서막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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