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하는 경제 시나리오는 단순히 개별 정책들의 집합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하나의 거대한 도박과 같아 보이는데요. 감세로 경기를 부양하고, 금리 인하로 이자 비용을 줄이며, 막대한 관세 수입으로 재정 적자를 메우고, 에너지 가격 안정으로 인플레이션을 억누른다는 구상이죠. 이 계획의 각 요소들은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기계의 톱니바퀴와 같습니다.
이 모든 계획의 재정적 심장은 바로 ‘연간 1조 달러’라는 막대한 관세 수입입니다. 이 돈으로 감세로 인한 재정 적자를 메우겠다는 계산이죠. 이 목표가 가능하려면, 미국의 수입 수요가 높은 관세에도 불구하고 비탄력적으로, 즉 가격이 올라도 구매를 크게 줄이지 않아야 합니다. 단기적으로 대체 불가능한 반도체나 자동차 부품 등은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관세를 부담하며 수입을 유지할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여기에는 경제학의 오랜 논쟁인 ‘래퍼 곡선(Laffer Curve)’의 함정이 숨어 있는데요. 세율을 특정 지점 이상으로 너무 높이면, 오히려 경제 활동 의욕이 꺾여 전체 세수가 줄어든다는 이론이죠. 마치 놀이공원 입장료를 1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올렸더니, 입장객 수가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어 오히려 총수입이 감소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에도, 높은 관세는 결국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감소와 베트남, 멕시코 등 다른 국가로의 수입선 전환으로 이어졌습니다. 1조 달러라는 목표는, 교역량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무시한 희망 섞인 신기루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줄타기는 인플레이션입니다. 행정부는 유가만 낮추면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정책 메뉴판을 보면, 유가라는 ‘소방 호스’ 하나를 믿고 집 안 곳곳에 ‘휘발유’를 뿌리고 있는 형국이죠. 감세, 금리 인하, 관세는 모두 강력한 인플레이션 압력입니다. 유가 하락이 헤드라인 물가를 낮추는 데는 분명 효과적이겠지만, 주거비와 서비스 물가로 대표되는 ‘핵심 인플레이션’이라는 ‘잔불’을 끄는 데는 역부족일 수 있죠.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 단순한 오일 쇼크가 아니라, 재정 확장과 통화 완화가 겹친 복합적인 문제였음을 기억해야 하는데요. 이 시나리오의 가장 큰 위험은 헤드라인 수치에 가려진 핵심 인플레이션의 잔불을 키우다가, 결국 기대 인플레이션이라는 둑을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마지막 딜레마는 달러의 방향입니다. 행정부는 제조업 부흥을 위해 약달러를 원하지만, 동시에 추진하는 다른 정책들은 의도와 달리 강달러를 유발할 수 있는 역설적인 상황을 내포하고 있죠. 만약 미국의 재정 부양책이 성공하여 ‘나 홀로 성장’ 국면이 펼쳐진다면, 전 세계 투자 자본은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미국으로 몰려들며 달러 강세를 유발할 겁니다. 여기에 전 세계 국가들이 1조 달러의 관세를 내기 위해 달러를 구해야 하는 상황까지 겹치면, 달러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겠죠. 결국 ‘약달러를 통한 무역적자 해소’와 ‘강한 미국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 하지만, 이 두 목표는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죠.
결론적으로, 이 ‘아름다운 도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입 수요가 비탄력적으로 유지되고, 핵심 인플레이션이 안정되며, 달러 가치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등 여러 위태로운 가정들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합니다. 이 모든 사슬을 끊어버릴 가장 취약한 연결고리는 결국 ‘통제 불능의 핵심 인플레이션’인데요. 만약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무너지면, 연준은 정치적 압박과 무관하게 기관의 존립 목적인 ‘물가 안정’을 위해 강제적인 긴축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시나리오의 모든 기둥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죠. 이 거대한 도박의 결말이 ‘아름다운 성장’이 될지, 아니면 ‘고통스러운 청구서’가 될지, 시장은 숨죽여 지켜보고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