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의 7월 고용지표는 시장에 단순한 충격을 넘어 깊은 불신을 안겨주었죠. 우리가 항해의 기준으로 삼았던 정부 데이터라는 ‘GPS’가 고장 났을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을 뒤덮었는데요. 통계 당국의 예산 삭감과 인력난이 데이터 품질 저하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우리는 ‘발표되는 숫자를 그대로 믿어도 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봉착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문제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보완되고 수정되겠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입니다. 안개가 걷히기 전까지, 단기적으로 시장이 겪어야 할 충격과 혼란은 결코 작지 않을 겁니다. GPS가 고장 난 배의 선장은 어떻게 항해를 계속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속도를 늦추고, 주변의 다른 배들이 울리는 뱃고동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나침반과 별자리를 보고 방향을 잡으려 할 텐데요. 지금 우리 투자자들에게도 바로 그런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가장 먼저, ‘기업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죠. 정부가 발표하는 거시(Macro) 데이터의 신뢰가 흔들릴 때는, 기업들이 직접 실적 발표 현장에서 말해주는 미시(Micro) 데이터의 목소리가 더 중요해집니다. 거대한 고용지표 숫자 하나보다, S&P 500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 담긴 구체적인 코멘트들이 때로는 더 정확한 경기 방향타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 한동안 시장의 민감도는 거대한 정부 발표보다는, 개별 기업들의 실적과 가이던스 같은 미시 데이터에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다음으로, ‘똑똑한 돈’의 흐름을 읽어야 합니다. 시장은 때로 정부보다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리곤 하죠. 특히 ‘똑똑한 돈(Smart Money)’이라고 불리는 채권 시장의 움직임은 반드시 주목해야 합니다. 국채 금리 커브의 모양이나,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금리 차이를 의미하는 ‘신용 스프레드’는 시장이 느끼는 진짜 공포의 온도를 보여주는 정직한 지표입니다.
마지막으로, ‘실물 경제’의 바로미터를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구리 박사(Dr. Copper)’라는 별명을 가진 구리 가격이나 유가, 운임지수 등은 숫자로 포장하기 어려운 실물 경제의 진짜 체온을 보여줍니다. 이런 지표들은 정부의 통계가 흔들릴 때, 우리가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앵커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물론 언젠가는 통계 당국도 시스템을 정비하고, 우리는 다시 선명한 GPS를 손에 쥘 날이 올 겁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장은 한동안 ‘미시’가 ‘거시’를 흔드는, 상향식(Bottom-up) 분석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결국 이번 데이터 쇼크는 우리에게, 잠시 GPS를 꺼두고 나침반과 주변 지형지물을 보며 항해하는 법을 다시금 익혀야 하는 숙제를 던져준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