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브릭스는 한중일과 다른 길을 가는가?
최근 미국의 강력한 압박 정책이 역설적으로 브릭스(BRICS) 국가들의 결속을 다져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는데요. ‘정말 그럴까? 지난 관세 협상 때, 미국의 압박 앞에서 한중일 3국은 뭉치지 못하고 결국 각자도생의 길을 가지 않았는가? 브릭스라고 다를까?’. 오늘은 왜 브릭스의 결속이 한중일의 그것과는 다른 무게를 가지며, 미국에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 그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우선, 한중일 3국이 왜 뭉치지 못했는지를 복기해 볼 필요가 있겠죠. 그들은 자동차, 반도체, IT 기기 등 주요 수출 품목에서 서로 피 튀기는 경쟁을 하는 라이벌 관계입니다. 이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미국’이라는 최대 고객에게 물건을 팔아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이죠. 이런 상황에서는 ‘뭉쳐서 저항’하는 것보다 ‘먼저 단독으로 합의’해서 경쟁국보다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는 것이 각자의 이익에 부합합니다. 결국 한중일의 ‘각자도생’은 ‘최대 고객’을 잃지 않으려는 납품업체들의 처절한 생존 경쟁에 가까웠던 셈입니다.
반면 브릭스는 조금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경쟁자’이기 이전에, 서로가 가지지 못한 것을 채워줄 수 있는 ‘파트너’의 성격이 더 강합니다. 러시아의 에너지와 자원은 중국과 인도의 공장을 돌리고, 브라질의 농산물과 원자재는 중국의 식탁과 제철소를 채웁니다. 즉, 이들은 미국이라는 ‘백화점’ 없이도 자기들끼리 물건을 사고파는 ‘새로운 상권’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한중일과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미국으로부터 받는 압박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한중일이 겪는 위기는 미국과의 ‘거래 조건’을 둘러싼 비즈니스 협상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겪는 위기는 강력한 금융 제재와 기술 봉쇄 등, 국가의 존립과 직결된 ‘생존’의 문제입니다. 위기의 성격이 다르니, 대응의 절박함도 다를 수밖에 없겠죠. 비즈니스 협상에서는 각자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생존의 위협 앞에서는 뭉쳐서 방어벽을 쌓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 될 수 있으니까요.
바로 이 지점에서 브릭스의 결속이 왜 미국에 더 큰 위협이 되는지에 대한 답이 나옵니다. 한중일의 반발은 결국 ‘미국 중심의 시스템’ 안에서 더 나은 조건을 얻어내려는, 시스템 내부의 불만 정도로 관리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브릭스의 결속은 그 시스템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은행(NDB)을 만들고,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 결제하는, ‘시스템 자체에 대한 도전’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길이 매우 험난하고 내부의 균열 가능성도 상존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압박이 강해질수록, 그들이 뭉쳐야 할 이유 역시 선명해진다는 이 아이러니. 이것이 앞으로의 세계 질서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