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센트의 논리와 그 이면
지난주 고용 쇼크로 시장이 연준의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지금, 베센트 재무장관의 발언은 단순히 연준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금리 인하의 명분을 만들어주려는 ‘멍석 깔아주기’에 가깝습니다. 그는 연준을 향해 ‘관세 강박 증후군’에 빠져있다며, 관세가 인플레이션이라는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죠. 정말 그럴까요?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관세라는 거대한 변수가 정말 ‘일회성 가격 조정’이라는 말로 정리될 수 있는 문제일까요? 오늘은 베센트의 논리가 어떤 지점에서 맞고, 어떤 지점에서 위험할 수 있는지 그 속을 한번 들여다보려 합니다.
우선, 좁은 의미에서 베센트의 주장은 경제학 교과서적으로 틀린 말이 아닌데요. 경제학에서 말하는 인플레이션은 물가 ‘수준(Level)’의 변화가 아니라, 물가가 오르는 ‘속도(Rate of change)’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비유를 들어보자면요. 정부가 커피 원두에 세금을 10% 올리면, 3,000원 하던 커피 가격은 3,300원으로 딱 한 번 오를 겁니다. 가격의 ‘수준(Level)’은 높아졌지만, 그 이후에도 커피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지는 않죠. 다음 달에도 커피 값은 3,300원일 것이고, 그때의 물가 상승률은 0%가 됩니다. 이것은 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인플레이션’이라기보다는, 세금으로 인한 ‘일회성 가격 충격’에 가깝습니다. 베센트는 바로 이 점을 파고들어, 관세 역시 이런 일회성 조정에 불과하며, 연준이 이를 인플레이션으로 과대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인데요.
하지만 현실 경제는 교과서처럼 단순하지 않죠. 연준이 밤잠을 설치며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 ‘일회성 충격’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번져나가는, 이른바 ‘2차 파급 효과’입니다. 이번에는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어보죠. 수입 철강에 20%의 관세가 붙으면, 자동차 회사는 원가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자동차 가격을 올립니다. 그럼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은 오른 자동차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임금 인상을 요구하겠죠. 회사는 이 인건비 상승분을 다시 자동차 가격에 반영하고...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쇄 반응이 바로 연준이 가장 경계하는 ‘임금-물가 상승의 악순환(Wage-price spiral)’입니다. 일회성 충격이 이제는 스스로 타오르는 불길이 되어버린 것이죠. 여기에 더 무서운 것은 ‘기대인플레이션’이라는 심리적 요인입니다. 사람들이 ‘앞으로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고 믿기 시작하면, 그 믿음 자체가 인플레이션을 현실로 만들어 버립니다. 폴 볼커가 20%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금리로 미국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면서까지 잡으려고 했던 것이 바로 이 ‘기대인플레이션’이라는 심리적 괴물이었습니다.
결국 ‘관세는 인플레이션이 아니다’라는 베센트의 주장은, 맑은 날씨에 ‘저 멀리 보이는 먹구름은 그냥 지나가는 소나기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겠죠. 베센트의 역할은 ‘성장’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가장 빠른 항로를 제시하는 항해사와 같으니까요. 그는 ‘저 먹구름은 소나기일 뿐이니, 전속력으로 돌파하자’고 외칩니다. 이 주장에는 ‘만약 태풍이면 어떡하지?’라는 리스크 관리가 빠져있죠. 반면, 선장인 파월은 배(미국 경제)와 승객(국민) 전체의 안전을 책임져야 합니다. 선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침몰하지 않는 것’입니다. 90% 확률로 소나기일지라도, 10%의 확률로 배를 뒤집을 수 있는 태풍이라면, 그는 속도를 줄이고 돌아가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이것이 바로 지금 연준이 느끼는 부담감의 정체이자, 베센트와 파월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