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과 브레이크의 동상이몽

다시 시작된 연준 와칭(Fed Watching)

by 구미잉

지난주 월간 고용 쇼크로 미국 경제가 급격한 침체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시장을 덮쳤는데요. 그런데 불과 며칠 뒤 발표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시장의 예상을 밑돌며 고용 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상반된 신호를 보냈죠.


어떻게 하루는 경착륙의 공포에 떨고, 다음 날은 연착륙의 희망에 안도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왜 같은 소식을 듣고도 주식 시장은 웃고, 채권 시장은 긴장했던 걸까요? 오늘은 이 혼란스러운 시장의 속내와 앞으로 우리가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이 모든 혼란의 근원은 우리가 항해의 기준으로 삼았던 정부 데이터라는 ‘GPS’가 고장 났을 수 있다는 깊은 불신에 있습니다. 월간 고용보고서에서는 일자리가 수십만 개씩 허수였음이 드러났는데, 주간 단위로 보면 해고되는 사람의 숫자는 크게 늘지 않고 있습니다. 대체 우리는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요? 이처럼 데이터의 신뢰도가 무너진 안갯속에서는, 각 시장 참여자들이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방향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겠죠.


바로 이 지점에서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의 동상이몽이 나타납니다. 하나의 경제(자동차)를 두고, 주식 투자자는 엑셀을, 채권 투자자는 브레이크를 밟으려는 운전자의 심리와도 같죠. 주식 시장, 즉 ‘엑셀’을 중시하는 쪽에게 가장 큰 공포는 ‘성장의 소멸’, 즉 경기 침체입니다. 이들에게 어제의 주간 지표는 이렇게 들렸을 겁니다. “차가 완전히 멈춰서 벽에 부딪히는 최악은 피했구나!” 지난주 고용 쇼크로 경착륙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걱정했지만, 속도는 줄었어도 아직 차가 굴러간다는 안도감에 주가라는 엑셀을 살짝 밟은 것입니다.


반면, 채권 시장, 즉 ‘브레이크’를 중시하는 쪽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중앙은행의 생각, 즉 금리 정책입니다. 이들에게 어제의 데이터는 정반대의 신호였습니다. “생각보다 차가 잘 굴러가네? 그럼 운전자(연준)가 굳이 강력한 부양책(금리 인하)을 서둘러 쓸 필요가 없겠구나.” 지난주 고용 쇼크를 보고 연내 3차례 금리 인하까지 기대했던 채권 시장은, 그 기대감을 일부 되돌리며 금리라는 브레이크에 다시 발을 올려놓았습니다. 그 결과 국채 금리가 다시 뛰어오른 것이죠.


그렇다면 시장은 왜 이렇게 연준의 금리 정책 하나에 일희일비하게 된 걸까요? 그동안 시장을 떠받치던 다른 기둥들이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일 텐데요. ‘결국엔 관세를 철회할 것’이라는 ‘TACO 풋’은 실제 관세 부과로 힘이 약해졌고,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AI 성장 풋’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거시 경제 전체의 안개를 걷어내기엔 역부족입니다.


결국 시장의 모든 시선은 다시 단 한 곳, 바로 제롬 파월 의장과 연준으로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GPS가 고장 나고 다른 등대마저 희미해지니, 모든 배들이 연준이라는 단 하나의 등대에서 나오는 불빛만 애타게 쳐다보고 있는 형국이죠. 앞으로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준의 손발을 묶을지 풀어줄지, 그리고 이 모든 혼란 속에서 파월 의장이 어떤 큰 그림을 제시할 잭슨홀 미팅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 보이네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에서, 시장은 이제 연준이라는 단 하나의 등대 불빛에 의지해 아슬아슬한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당분간 시장의 모든 이야기는, 결국 연준 이야기로 귀결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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