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인하 vs. 성급한 항복: 연준의 위험한 줄타기

by 구미잉

지난주 고용 쇼크 이후,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심지어 연준 내부에서조차 “일시적인 물가 상승은 무시하고, 고용 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죠. 일견 합리적으로 들리는 이 주장, 정말 미국 경제를 위한 최선의 선택일까요? 아니면 더 큰 괴물을 불러들일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일까요? 오늘은 이 ‘선제적 금리 인하’라는 달콤한 약의 명암(明暗)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선제적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쪽의 논리는 ‘예방 의학’에 가깝습니다. 통화정책의 효과는 경제에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고용지표가 완전히 무너지고 실업률이 급등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뒤에는 이미 늦는다는 것이죠. 한번 추락하기 시작한 경제를 다시 끌어올리는 데는 훨씬 더 큰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입니다. 마치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보고, 당장의 고열(일시적 물가 상승)보다는 앞으로 더 위험해질 수 있는 내부의 염증(성장 둔화)을 먼저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금리 인하)를 미리 투여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들은 ‘경기 침체’라는 최악의 상황이 가져올 사회적 고통(대규모 실업, 기업 도산)이, 물가가 목표치인 2%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에 머무는 고통보다 훨씬 더 크고 치명적이라고 주장합니다. ‘보험적 금리 인하’는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반면, 신중론자들은 1970년대의 끔찍한 역사를 떠올릴 텐데요.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아서 번스는 경기 둔화의 조짐이 보일 때마다 섣불리 금리를 내렸고, 그럴 때마다 인플레이션은 잠시 잡히는 듯하다가 이전보다 더 강력한 기세로 되살아나 미국 경제를 10년 넘게 괴롭혔습니다. 이들의 비유는 ‘산불 진화’에 가깝습니다. 큰 불길(인플레이션)은 잡았지만, 땅속 곳곳에 여전히 뜨거운 불씨(끈적한 물가, 기대인플레이션)가 남아있는 상황. 여기서 너무 일찍 소방대원(고금리 정책)을 철수시키면, 작은 바람(경기 부양)에도 불씨가 되살아나 숲 전체를 태워버릴 수 있다는 것이죠. 한번 불길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경험한 마을 사람들은, 다음번에 소방대장(연준)이 ‘이제 안전합니다’라고 말해도 더 이상 그 말을 온전히 믿지 못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신뢰 붕괴의 진짜 무서움입니다. 한번 무너진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신뢰는 다시 쌓기 매우 어려운데요. 폴 볼커가 20%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금리로 경제 전체를 마비시키면서까지 잡으려고 했던 것이 바로 이 ‘신뢰의 붕괴’와 ‘기대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이었습니다.


결국 이 논쟁은 ‘어떤 위험이 더 치명적인가’에 대한 철학의 차이로 귀결됩니다. 한쪽은 ‘경기 침체’라는 당장 눈앞에 닥친 낭떠러지를 피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하고, 다른 한쪽은 ‘인플레이션 고착화’라는,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지는 것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죠.


데이터의 GPS마저 고장 난 지금, 연준은 그야말로 안갯속에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는데요. 어느 쪽으로 한 발을 내딛느냐에 따라 시장의 운명이 갈리게 되겠죠. 파월 의장은 과연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게 될까요? 8월의 잭슨홀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침묵과 기대 속에서 열리게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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