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모르는 파티의 끝

글로벌 동반 침체의 그림자

by 구미잉

최근 미국 증시를 보면 ‘역시 미국은 다르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지수를 보며, 우리는 마치 세상의 모든 파티가 이곳에서만 열리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하죠. 하지만 혹시, 우리가 신나게 춤을 추는 동안 파티장 바깥에서는 차가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은 파티장 밖, 즉 미국 이외의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상치 않은 일들과, 그 비바람이 결국 어떻게 파티장 안으로 들이닥치게 될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가장 먼저, 유럽의 엔진이 멈춰 서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유로존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9로, 성장과 위축을 가르는 기준선 50을 간신히 넘어서는 ‘정체’ 상태를 보여주고 있죠. 이는 그나마 서비스 부문(PMI 51.0)이 버텨준 덕분이고, 제조업 PMI는 49.8로 35개월 연속 기준선 50을 하회하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의 심장’이라 불리던 독일 경제는 2025년 2분기 GDP가 다시 -0.1%의 역성장을 기록하며 공식적인 위축 국면에 진입했는데요. 과거 강력한 수출로 유럽 전체를 먹여 살리던 독일의 공장들이, 이제는 높은 에너지 비용과 중국의 수요 둔화라는 이중고에 신음하며 오히려 유럽 경제의 발목을 잡는 형국입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끈질긴 서비스 물가 때문에 섣불리 금리를 내리기도 어려운, 전형적인 정책 딜레마에 빠져있습니다.


유럽의 엔진이 식어가는 동안, 세계 경제의 또 다른 축인 중국에서는 더 근본적인 균열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중국은 지금 ‘부동산 위기’라는 거대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025년 6월, 70개 주요 도시의 신규 주택 가격은 8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죠. 가계 자산의 70% 이상이 묶여있는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자, 소비자 신뢰는 붕괴되었고 지갑은 굳게 닫혔습니다. 2025년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0%에 머무른 것은, 물가가 안정된 것이 아니라 물건이 팔리지 않는 ‘디플레이션’의 공포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이 이 디플레이션을 해외로 ‘수출’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내수에서 팔리지 않는 값싼 공산품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면서(7월 생산자물가지수(PPI) -3.6%), 전 세계 기업들의 이익을 갉아먹고 보호무역주의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미국이 고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동안, 다른 신흥국들은 그야말로 삼중고에 시달립니다. 강달러로 인해 갚아야 할 빚은 늘어나고(부채 부담), 외국인 투자자들은 돈을 빼가며(자본 유출), 자국 통화 가치는 속절없이 떨어집니다. IMF의 최대 채무국인 아르헨티나는 부채의 덫에 빠져있고, 튀르키예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핫머니’에 경제를 의존하고 있으며, 수출 강국으로 불리던 베트남마저 글로벌 수요 둔화에 성장률 전망치가 7%대에서 5.4%로 낮아지는 등 흔들리는 모습입니다. 이는 개별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긴축이라는 거대한 압력이 각국의 가장 약한 고리를 통해 터져 나오는, 체계적인 위기의 신호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나옵니다. ‘그래서 이게 미국과 무슨 상관인가?’ 바로 ‘부메랑 효과’입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2분기 GDP가 연율 3.0%로 높게 나온 것은, 관세를 앞둔 기업들의 재고 축적과 그에 따른 수입 급감에 기댄 통계적 착시 현상일 가능성도 존재하는데요. GDP는 (생산-수입)으로 계산되는데, 1분기에 미리 재고를 쌓느라 급증했던 수입이 2분기에 급감하니, 생산이 늘지 않아도 GDP 숫자가 좋게 나오는 착시가 발생한 것이죠. 그 이면의 실제 수출 데이터는 글로벌 수요 약화를 반영하며 이미 감소하기 시작했죠. 2분기 S&P 500 기업들의 실적이 좋았다고는 하지만, 이는 백미러로 보는 과거의 풍경일 뿐이죠. 유럽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소비 시장이 얼어붙으면,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미국 다국적 기업들의 실적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미국은 고립된 섬이 아닌데요. 파티장 안의 화려한 불빛에만 취해 있다가는, 창문 밖에서 몰아치는 거대한 비바람을 미처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전 세계라는 거대한 배가 함께 흔들리고 있는데, 나 홀로 1등석에 앉아있다고 해서 영원히 안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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