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을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순간이 많은데요. 여기저기서 감원 소식이 들리고 신규 고용이 둔화된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이상하게도 임금 상승률은 좀처럼 꺾이지 않습니다. 과거의 공식대로라면 경기가 둔화되면 임금도 안정되어야 하는데, 지금 우리는 전혀 다른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경제 지도’가 더 이상 맞지 않는 새로운 지형에 들어섰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문제는 더 이상 일자리를 구하려는 ‘수요’ 측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하려는 사람 자체, 즉 노동의 ‘공급’ 측면에서 구조적인 대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인데요.
수십 년간 경제는 마치 시소와 같았죠. 한쪽(실업률)이 올라가면 다른 쪽(임금 상승률)은 내려가는 안정적인 관계였습니다. 연준은 이 시소의 움직임을 보며 금리라는 추를 옮겨 균형을 맞추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소는 이제 고장 난 것처럼 보입니다. 그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바로 ‘닫힌 문’, 즉 미국의 이민 정책입니다. 과거 미국 경제의 성장은 언제나 새로운 노동력을 공급해 주는 이민자들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기에 가능했는데요. 특히 농업, 건설, 그리고 레저·접객업과 같은 분야에서는 이민 노동력이 필수적이었죠.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이후 강화된 이민 규제와 국경 통제는 이 노동력의 수도꼭지를 단단히 잠가버렸습니다.
이 현상을 새벽의 인력 시장에 비유해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매일 아침 100명의 일꾼이 나왔는데, 이제는 국경을 넘기가 어려워져 70명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죠. 건설 현장의 일거리가 90개에서 80개로 줄어도(고용 둔화), 여전히 일꾼(70명)보다 일거리(80개)가 많으니 일당(임금)은 떨어지지 않는 겁니다. 오히려 부족한 일꾼을 데려가기 위해 여기저기서 더 높은 일당을 부르며 임금은 계속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는데요. 팬데믹 이후의 조기 은퇴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라는 인구 구조적 변화까지 겹치면서, 노동 공급 부족은 미국 경제의 고질병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복잡한 현상을 우리는 부동산 시장이라는 거울을 통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금리를 올려 집을 사려는 사람(수요)을 줄여도, 새로 짓는 집(공급)이 없다면 기존 주택 가격은 잘 떨어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죠. 지금 연준은 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의 채용(노동 수요)을 억누르려 하지만, 정작 일할 사람(노동 공급)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임금이 계속 오르는 구조적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 겁니다.
이는 1970년대 오일 쇼크의 기억을 소환하는데요. 당시에도 전쟁으로 석유 ‘공급’이 막히면서 물가가 폭등했죠. 하지만 정책 당국은 이를 수요의 문제로 오판하고 잘못된 처방을 내놓아 스태그플레이션을 악화시켰습니다. 외부 충격으로 인한 ‘공급’ 측면의 문제가 경제 전체를 어떻게 뒤흔들 수 있는지, 역사는 우리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낡은 지도를 들고 있는 연준의 딜레마는 깊어지고 있습니다. 신규 고용 둔화라는 과거의 신호만 보고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가는, 구조적인 공급 부족에서 비롯된 임금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붓는 정책적 실수를 저지를 수 있으니까요. 연준은 과연 이 새로운 지형을 제대로 읽어내고 올바른 길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