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밸류에이션’이라는 족쇄: 연준은 인질로 잡혔나?

by 구미잉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식적인 책무는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두 가지입니다. 마치 한 집안의 유능한 요리사처럼, 주방의 온도를 적절히 조절해(물가 안정) 가족들이 편안하게 식사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고용) 돕는 것이 그의 본분이죠. 하지만 지난 20여 년간, 시장이라는 가족은 연준에게 세 번째 책무를 암묵적으로 부여했습니다. 바로 ‘자산 시장의 급격한 붕괴를 막는 것’입니다. 막내아들이 울 때마다 사탕을 쥐여주듯, 연준이 시장의 하락을 막아주는 ‘소방수’ 역할을 반복하면서, 시장은 ‘연준 풋’이라는 강력한 믿음 위에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밸류에이션이라는 탑을 쌓아 올렸습니다.


문제는 2008년, 집에 정말 큰 불이 났을 때 시작되었습니다. 이 불은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라는 ‘전기 누전’과 감시 기관의 직무유기라는 ‘소방 시스템 고장’에서 시작되었죠. 당시 요리사였던 연준은 자신의 주방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불이 주방까지 번져오자 연준도 결국 불을 끄는 데 동참했지만, 불이 난 것 자체를 요리사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평시에는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집이 잘 굴러가는 법이니까요. 요리사에게 정원 관리와 청소까지 요구하면, 결국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내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바로 여기서 ‘능동’과 ‘수동’이라는 결정적인 차이가 발생합니다. 집에 정말 큰 불이 나서 다 타버릴 지경이라면, 요리사 스스로 “이 불은 내 주방까지 위협할 만큼 크다. 지금 내가 나서지 않으면 집 전체가 위험하다”라고 ‘능동적’으로 판단하고 불을 끄는 것은 책임감 있는 행동입니다. 하지만 집주인(정치권)이나 옆집 사람(시장)이 “요리사 당신도 당장 나와서 불 꺼!”라고 소리쳐서 마지못해 나서는 것은 ‘수동적’인 반응일 뿐이죠. 이는 외부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며, 요리사로서의 독립성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시장은 바로 이 지점에서 연준을 딜레마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시장은 이제 연준이 ‘능동적’으로 판단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반응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죠. 주가가 조금만 흔들려도, 마치 연기가 조금 나는 것만 보고도 “요리사, 빨리 와서 불 끌 준비 해!”라고 소리치는 셈입니다. 40년 만에 돌아온 인플레이션과 싸워야 하는 연준은 이제 과거처럼 쉽게 주방을 비우고 달려 나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금리 인하를 주저하는 순간, 고 밸류에이션이라는 위태로운 탑이 무너져 집 전체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죠.


결국 연준은 과거의 성공이 만들어낸 ‘고 밸류에이션’이라는 족쇄에 발이 묶여, 인플레이션과 시장 붕괴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진 인질 신세가 된 것은 아닐까요? 요리사로서의 본분(물가 안정)을 지키기 위해 집이 불타는 것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가, 아니면 집을 구하기 위해 본업을 내팽개치고 소방수로 나서야 하는가. 연준의 이 근본적인 고민 속에 앞으로 시장의 향방이 달려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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