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내뿜는 디플레이션, 약인가 독인가?

by 구미잉


지금 세계 경제라는 방 안에 거대한 코끼리 한 마리가 있죠. 바로 중국입니다. 오랫동안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성장을 이끌던 이 코끼리가 지금 심각한 병을 앓고 있습니다. 빚으로 쌓아 올린 부동산이라는 거대한 엔진이 멈춰 섰고, 소비자들의 지갑은 굳게 닫혔죠. 많은 사람들이 이 병의 이름이 1990년대 일본을 덮쳤던 ‘일본병’, 즉 장기 디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과거 일본이 걸었던 ‘잃어버린 30년’의 악몽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두 가지 처방전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 처방전들은 중국 경제를 살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전 세계에는 엄청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첫 번째 처방전은 ‘환율’이라는 낡고 강력한 무기입니다. 내수 시장이 얼어붙었으니, 결국 기댈 곳은 수출뿐이죠.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평가절하) 전 세계에 ‘대규모 할인 판매’를 하는 겁니다. 이 방법의 핵심은 중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보전된다는 점입니다. 위안화 기준으로는 원래 받던 가격을 그대로 받으니, 정부의 지원 아래 편하게 장사를 하는 셈이죠. 하지만 이 방법은 미국을 정면으로 자극할 수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것이 명백한 ‘환율 조작’이자 ‘선전포고’로 비칠 수밖에 없거든요. 이는 곧바로 전방위적인 보복 관세, 즉 ‘환율 전쟁’의 서막을 열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카드입니다.


두 번째 처방전은 ‘디플레이션 수출’이라는 훨씬 더 복잡하고 미묘한 카드입니다. 이는 정부가 나서는 것이 아니라, 중국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처절한 생존 경쟁의 결과물이죠. 중국 내수 시장이 죽어버리자, 기업들은 파산을 면하기 위해 수익성을 포기하고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라도 해외 시장에 재고를 밀어냅니다. 마치 동네 가게들이 망하지 않기 위해 벌이는 ‘눈물의 폐업정리 세일’과 같죠. 이 경우 가격 하락은 특정 산업(태양광, 전기차, 철강 등)에 집중됩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것이 ‘불공정 덤핑’ 문제 이긴 하지만, 국가 대 국가의 전면전으로 비화되지는 않습니다.


바로 여기서 미국의 진짜 딜레마가 시작됩니다. 중국 기업들이 내뿜는 디플레이션 압력, 즉 값싼 중국산 제품들은 지금 인플레이션으로 골머리를 앓는 연준에게는 ‘뜻밖의 소방수’ 역할을 할 수 있죠. 중국산 저가 제품 덕분에 미국의 물가가 안정되면, 연준은 굳이 서둘러 금리를 내릴 필요가 없어집니다. 하지만 백악관은 전혀 다른 계산을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바로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 아니겠습니까? 값싼 중국산 제품이 미국 시장에 쏟아져 들어온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미국의 무역적자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마치 한 집안에서 아버지는 물가가 싸져서 좋다고 하는데, 어머니는 옆집 가게 물건이 너무 싸게 들어와 우리 집 장사가 안된다고 걱정하는 것과 같은 형국이죠. 연준과 백악관의 동상이몽, 이 엇갈리는 이해관계가 바로 중국의 다음 수를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 변수입니다.


결국 중국은 지금 세계 경제에 두 개의 상반된 파도를 동시에 보내고 있습니다. 하나는 ‘환율 불안’이라는 거친 파도이고, 다른 하나는 ‘디플레이션’이라는 차가운 파도입니다. 1990년대 일본과 달리, 중국은 강력한 중앙 통제 시스템과 거대한 제조업 기반을 가지고 있죠. 이 차이점들이 과연 중국을 일본과는 다른 길로 이끌 수 있을까요? 세계는 중국이 살기 위해 내뿜는 디플레이션이라는 약을 받아 마시게 될까요, 아니면 환율 전쟁이라는 독을 마시게 될까요? 중국이라는 거대한 코끼리의 다음 발걸음에 전 세계 시장의 운명이 달려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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