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잭슨홀에서 파월 의장은 시장에 단기적인 금리 인하라는 달콤한 선물을 안겨주었죠. 시장은 환호했지만, 그의 연설 속에는 어쩌면 앞으로 10년의 투자 지도를 새로 그려야 할 만큼 거대한 질문이 숨어 있었습니다. 바로 ‘중립금리’가 과거와는 다른 수준으로 올라갔을 수 있다는 암시였습니다. 중립금리는 아주 간단하게 말해 경제의 ‘체온 유지 장치’와 같습니다. 경제가 과열되지도, 침체되지도 않는 이상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금리 수준이죠. 지난 10여 년간 세계 경제는 ‘저성장-저물가’라는 만성 저체온증을 앓았기 때문에, 이 중립금리는 거의 0에 가깝다고 모두가 생각했습니다. 목적지 자체가 바로 발밑에 있었으니, 굳이 그 위치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지금, 세계 경제라는 방 안에서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동하는 두 개의 거대한 기계가 동시에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는 방 전체에 찬 바람을 내뿜는 거대한 ‘에어컨(AI 혁명)’이고, 다른 하나는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강력한 ‘히터(탈세계화)’입니다. 연준은 이 두 기계 사이에서 고장 난 온도조절장치를 들고 쩔쩔매는 형국이죠.
첫 번째 기계, ‘탈세계화’라는 히터는 세상의 모든 비용을 구조적으로 높이는 힘입니다. 지난 30년간 우리는 가장 싼 곳에서 물건을 만들어 전 세계에 공급하는 ‘효율성’의 시대에 살았죠. 하지만 미중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이제 기업들은 가장 싼 중국 공장 대신, 조금 더 비싸더라도 미국이나 멕시코에 새로운 공장을 지어야 합니다. ‘효율’보다 ‘안보’와 ‘안정성’의 비용을 더 치러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죠. 이는 경제의 ‘기본 체온’ 자체를 0.5도 정도 높여놓는 만성 미열과 같습니다. 기본 체온이 올라갔으니, 이 열이 더 심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평상시의 금리 수준’, 즉 중립금리도 당연히 따라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 기계, ‘AI 혁명’이라는 에어컨은 본질적으로 비용을 극적으로 낮추는 힘입니다. 마치 모든 기업이 월급도 필요 없고, 잠도 자지 않는 초고효율의 ‘로봇 직원’을 수백만 명씩 고용하는 것과 같죠. 이는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높여, 최종적으로는 우리가 사는 물건과 서비스의 가격을 낮추는 강력한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그렇다면 이 에어컨은 중립금리를 낮추는 요인일까요? 여기서 시장의 가장 큰 착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AI는 물가를 낮추는 동시에, 경제의 ‘기초 체력(잠재 성장률)’ 자체를 엄청나게 키우는 보약과도 같습니다. 기초 체력이 좋아진 경제는 과거보다 더 높은 강도의 운동(더 높은 경제 활동)을 해도 쉽게 열이 나지(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즉, 이 강해진 경제가 부작용 없이 감당할 수 있는 ‘평상시의 금리 수준’ 자체가 올라가는 겁니다. 따라서 AI 혁명은 물가를 낮추는 힘과 동시에, 경제의 기초 체력을 키워 중립금리를 올리는 힘을 함께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 두 거대한 힘의 충돌 속에서 우리는 어디를 바라봐야 할까요? 여기에 대한 정답은 아직 아무도 확신할 수 없지만, ‘시간’이라는 변수를 통해 합리적인 추론을 해볼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탈세계화라는 히터의 열기가 우리 피부에 더 와닿을 겁니다. 지금 당장 새로운 공장을 짓는 데 돈이 들어가고, 관세가 부과되며, 더 비싼 인건비를 지불해야 하죠. 이 인플레이션 압력은 연준으로 하여금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AI라는 에어컨의 냉기가 방 전체의 온도를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AI의 생산성 향상 효과는 점진적이지만, 한번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그 힘은 탈세계화의 비용 상승을 압도할 만큼 강력할 수 있으니까요.
결론적으로, 시장은 단기적인 금리 인하라는 달콤한 소식에 환호했지만, 그 이면에는 지난 40년간 이어져 온 ‘저물가-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훨씬 더 높은 변동성과 금리 수준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파월이 암시했다는 더 큰 그림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히터와 에어컨이 동시에 돌아가는 혼돈의 방 안에 서 있습니다. 이 방의 최종 온도가 어디에서 결정될지 아직 아무도 모르죠. 이런 안갯속 상황에서, 우리가 지난 10년간 당연하게 여겨왔던 낡은 투자 지도가 과연 우리를 안전한 곳으로 안내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