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보고서의 수수께끼

by 구미잉

어제 시장은 모두가 기다리던 8월 고용 보고서를 받아 들었죠. 연준의 다음 금리 인하 시점을 가늠할 가장 중요한 단서였기에, 시장은 이 보고서가 ‘확실한’ 신호를 주기를 기대했습니다. 고용 시장이 눈에 띄게 식어서 금리 인하라는 선물을 안겨주기를 바랐던 것이죠.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보고서는 시장에 명확한 답 대신, 오히려 더 큰 '수수께끼'를 던져주었습니다.


보고서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지금 미국 경제를 하나의 자동차라고 비유해 본다면, 어제의 보고서는 세 가지 다른 상태를 동시에 보여주는 계기판과도 같았습니다.


첫째, 자동차의 속도(신규 일자리 증가폭)는 드디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신규 일자리 수가 시장의 예상치를 밑돌면서, 과열되었던 경제가 드디어 연준이 원하는 대로 식어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죠. 이것만 보면 운전자(연준)가 이제 곧 가속 페달(금리 인하)을 밟을 준비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 법합니다.


둘째, 자동차의 연료(낮은 실업률)는 여전히 가득 차 있었습니다. 실업률은 시장의 예상에 정확히 부합하며, 아직 경제가 침체에 빠질 걱정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죠. 운전자 입장에선 굳이 서둘러 가속 페달을 밟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계기판에서 엔진 과열 경고등(높은 임금 상승률)이 여전히 꺼지지 않고 깜빡이는 것을 발견합니다.


임금 상승률 역시 시장의 예상에 부합했지만, 문제는 그 ‘예상’ 자체가 연준의 목표치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는 점입니다. 임금 상승은 서비스 물가의 핵심 동력이기 때문에, 이것이야말로 연준이 가장 두려워하는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가장 강력한 위험 신호죠. 시장이 실망한 포인트는 바로 여기였습니다. 엔진이 ‘예상만큼이나’ 여전히 뜨겁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실한 명분을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운전대를 잡은 연준은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가속 페달(금리 인하)을 밟자니 과열된 엔진이 터져버릴(인플레이션 재점화) 것 같고, 브레이크를 더 밟자니 차가 그대로 멈춰 설까(침체) 두렵습니다. 어제 시장이 뚜렷한 방향 없이 침묵했던 이유는, 바로 연준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야기가 조금은 복잡했는데요. 흐름을 정리해 보죠. 모두의 관심이 쏠렸던 고용 보고서는 시장에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성장과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연준의 깊은 고민만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속에서, 연준은 과연 엔진이 식을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을 보여줄까요, 아니면 차가 멈춰 서는 것을 더 두려워하게 될까요? 시장의 다음 여정은 연준의 이 선택에 달려있을지 않을까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동맹은 없다: ‘각자도생’의 시대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