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져버린 고용의 공식: 미국 노동 시장의 기묘한 균형

by 구미잉

지난 금요일, 시장에 아주 이상한 숫자가 발표되었죠. 8월 한 달간 미국에서 늘어난 신규 일자리는 고작 2.2만 개에 불과했는데, 실업률은 오르지 않았습니다. 과거에는 매달 2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겨야 현상 유지가 가능하다고 배웠는데 말입니다. 물이 거의 새로 들어오지 않는데, 어떻게 저수지의 수위는 그대로일 수 있을까요? 지금 미국 고용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수수께끼는, 우리가 알던 과거의 공식이 완전히 깨져버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거 수십 년간 미국 노동 시장은 마치 ‘물이 계속 채워지는 거대한 저수지’와도 같았습니다. 저수지에는 항상 여러 개의 강력한 물줄기가 쉴 새 없이 새로운 물을 공급해 왔죠. 거대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동 시장에 뛰어들었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도 꾸준히 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매년 100만 명 안팎의 새로운 이민자들이라는 강력한 물줄기가 저수지를 계속해서 채워주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수지가 넘치지 않으려면(실업률 상승을 막으려면), 매달 20만 개 이상의 거대한 배수관(신규 일자리)이 필요했던 것이 지극히 당연한 공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저수지의 모습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며 저수지 바닥에서는 ‘구조적인 누수’가 계속되는 가운데, 가장 컸던 ‘이민’이라는 수도관이 정치적인 이유로 거의 잠겨버린 겁니다. 리서치 리포트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300만 명이 넘었던 이민자 유입이 2025년에는 100만 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하죠.


이제 노동 시장은 거대한 저수지가 아닌, ‘물이 새는 작은 양동이’와 같아졌습니다. 새로 유입되는 노동력(물)이 절대적으로 줄어든 상황에서는, 아주 작은 배수구(2.2만 개의 신규 일자리)만으로도 양동이의 수위(실업률)가 오르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일자리는 줄었는데 실업자는 없는’ 기이한 수수께끼의 정답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파월 의장이 ‘기묘한 균형(curious kind of balance)’이라고 부른, 아주 위험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물이 새는 양동이 속의 물은 이제 너무나 귀해졌습니다. 양동이 안에 있는 기업들은 이 귀한 물(노동력)을 차지하기 위해 더 높은 가격(임금)을 부를 수밖에 없게 되죠. 이것이 바로 ‘노동 공급의 구조적 부족’이 ‘만성적인 임금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과정입니다. 신규 고용이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 상승률이 여전히 높게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연준은 아주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눈앞의 타자(성장 둔화)를 잡기 위해 직구를 던지자니(금리 인하), 1루에 이미 나가 있는 주자(인플레이션)가 언제든 홈으로 쇄도해 경기를 망쳐버릴 위험이 너무나 커진 상황이죠. 이 ‘기묘한 균형’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몇 년간 미국 경제와 연준의 정책을 좌우할 ‘새로운 현실(New Normal)’일 수 있습니다. 과거의 지도로는 새로운 시대의 항로를 찾을 수 없는 법입니다. 과연 연준은 이 깨져버린 공식 앞에서 어떤 새로운 해법을 찾아낼까요? 그들의 선택에 따라 시장의 지형은 또 한 번 크게 바뀔지 모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고용 보고서의 수수께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