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계단을 오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다

깨져버린 고용의 공식

by 구미잉

"경제가 괜찮아 보이는데 왜 자꾸 금리를 내리자는 이야기가 나올까요?" 요즘 시장을 보며 많은 분들이 던지는 질문일 겁니다. 성장률도 나쁘지 않고, 실업률도 여전히 낮은데, 연준의 일부 위원들은 왜 벌써부터 경기 침체의 그림자를 걱정하는 것일까요?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어쩌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균열일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균열이 순식간에 거대한 절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역사를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죠.


경제학에는 오래된 격언이 하나 있습니다. “경제는 계단을 오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다.” 경제가 성장할 때는 수년에 걸쳐 한 계단, 한 계단 완만하게 오르지만,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불과 몇 달 만에 수직으로 추락한다는 의미입니다. 바로 이 경제의 무서운 ‘비대칭성’을 실시간으로 포착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전 연준 이코노미스트였던 클라우디아 샴의 이름을 딴 ‘샴의 법칙(Sahm's Rule)’입니다.


이 법칙은 아주 간단합니다. 실업률의 3개월 이동평균이, 지난 12개월 동안 가장 낮았던 때보다 0.5% p 이상 높아지면, 경제는 이미 경기 침체에 진입했다고 판단하는 것이죠. 복잡한 모델 없이 단 하나의 지표만으로 경기 침체의 시작을 알려주는, 일종의 ‘실시간 지진계’와도 같습니다.


이 단순한 규칙이 얼마나 강력한지는 역사가 증명합니다. 과거 데이터에 따르면, 1970년대 석유 파동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20년 팬데믹까지, 지난 50년간 미국이 겪은 모든 공식적인 경기 침체에서 이 ‘샴의 법칙’은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그리고 아주 신속하게 경고등을 켰습니다. 마치 실패하지 않는 불황의 전조와도 같았죠.


그렇다면 왜 경제는 이토록 비대칭적으로 움직이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기업과 사람들의 행동 방식에 숨어있습니다. 기업에게 새로운 직원을 뽑는 ‘고용’은 미래를 내다보는 신중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투자’입니다. 하지만 ‘해고’는 당장의 생존을 위한 빠르고 방어적인 ‘비용 절감’ 조치죠. 여기에 일부 산업에서 시작된 해고 소식이 ‘공포’라는 이름으로 전염되면, 아직 직장을 잃지 않은 사람들마저 지갑을 닫게 되고, 이는 다시 기업의 실적 악화와 추가 해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듭니다. 마치 젠가 게임처럼, 블록은 하나씩 천천히 빼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자, 이제 다시 현재로 돌아와 보죠. 2025년 9월 현재, 샴의 법칙 지표는 약 0.40% p 수준으로, 침체의 임계점인 0.5% p에 바짝 다가서 있습니다. 연준의 비둘기파들이 그토록 조바심을 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지금 경제가,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르는 젠가 타워의 마지막 블록을 빼내기 직전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이 법칙이 항상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팬데믹 이후의 특수한 노동 공급 변화가 이 지표의 의미를 조금 다르게 해석해야 할 여지를 주기도 하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딛고 서 있는 땅 밑에서 심상치 않은 진동이 감지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과거의 지도로는 새로운 시대의 항로를 찾을 수 없는 법입니다. 과연 연준은 이 절벽 앞에서, 역사가 보내는 경고를 무시할까요, 아니면 선제적으로 움직여 엘리베이터의 추락을 막아낼까요? 그들의 선택에 따라 시장의 풍경은 또 한 번 크게 바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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