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시장은 참으로 이상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8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발표되었는데, 시장의 예상보다 소폭 높게 나왔죠. 전통적인 경제학 교과서대로라면, 이건 분명 연준의 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악재’여야 했습니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S&P 500과 다우 지수는 보란 듯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축포를 터뜨렸습니다. 대체 시장은 왜 이 뜨거운 물가 지표 앞에서 환호성을 지른 것일까요?
그 답을 찾으려면, 우리는 어제 시장이 받아 든 ‘두 개의 성적표’를 함께 봐야 합니다. 하나는 ‘물가 성적표(CPI)’였고, 다른 하나는 ‘고용 성적표(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였죠.
먼저 ‘물가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시장은 마치 뷔페에 간 미식가와도 같았는데요. 헤드라인 수치를 끌어올린 휘발유 가격(+1.9%)처럼 자극적이고 변동성 큰 음식들은 잠시 맛만 보고 옆으로 밀어두었죠. 대신, 연준이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메뉴, 즉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슈퍼코어 인플레이션)’에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이 핵심 메뉴의 상승률이 전달보다 오히려 둔화된 겁니다. 시장은 이것을 “인플레이션의 가장 끈적하고 고질적인 부분이 드디어 잡히고 있다”는 아주 중요한 신호로 해석한 것이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사상 최고치 랠리를 설명하기에 부족합니다. 결정적인 한 방은 바로 함께 발표된 ‘고용 성적표’였습니다.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예상보다 훨씬 더 높게 나오며, 노동 시장이 뚜렷하게 식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자, 이제 시장의 머릿속에서 두 개의 퍼즐 조각이 맞춰지기 시작할 텐데요. “아, 인플레이션의 핵심은 잡혀가고 있는데, 고용은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구나. 그렇다면 연준의 저울은 이제 ‘물가 안정’에서 ‘경기 방어’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겠다!” 결국 시장은 ‘예상보다 뜨거운 물가’라는 악재를, ‘예상보다 약한 고용’이라는 더 큰 호재로 덮어버린 셈입니다. 끈적한 물가마저도 "경제가 이만큼 강하다"는 증거로 재해석하며, 경제가 침체 없이 연착륙하는 동시에 연준은 예정대로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가장 이상적인 ‘골디락스’ 시나리오에 모든 것을 베팅하기 시작한 것이죠.
정리해 보죠. 어제의 시장은 ‘뜨거운 물가’라는 데이터의 표면을 넘어, 그 데이터가 연준의 정책 결정 함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예측하고 한 발 앞서 움직였습니다. 경기 둔화와 강한 소비가 공존하는 이 이상적인 균형이 계속될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하지만 과연 시장의 이러한 환호는 현명한 혜안일까요, 아니면 금리 인하라는 달콤한 꿈에 취한 위험한 낙관론일까요? 그 답은 머지않아 연준의 입을 통해 확인하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