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센트 재무장관의 고민은 깊어 보입니다. 미국 정부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그 빚의 이자인 장기 국채 금리는 통제 불가능할 것처럼 오르려 하고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전통적인 해법, 즉 경기를 위축시키는 긴축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가 결코 원하지 않는 카드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방법이 없는 걸까요? 최근 베센트 장관이 내놓는 해법들은, 마치 전통적인 경제학의 상식을 뛰어넘는 한 편의 정교한 ‘마법’과도 같아 보입니다.
그 첫 번째 마법은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사용하는 겁니다. 조금은 생소하게 들리실 텐데요. 그 원리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우리가 ‘디지털 달러 자판기’를 하나 상상해 보는 거죠. 누군가 이 자판기에 실제 1달러를 넣으면, ‘스테이블코인’이라는 1달러짜리 디지털 토큰이 나옵니다. 이때 자판기는 받은 1달러를 금고에 가만히 두는 것이 아니라, 가장 안전한 자산인 미국 초단기 국채를 자동으로 사들입니다. 즉, 전 세계 누군가가 디지털 달러를 사용할수록, 미국 정부는 새로운 국채 구매자를 얻게 되는 셈이죠.
베센트 장관의 꿈은 이 자판기의 규모를 현재의 10배에 가까운 2조 5,000억 달러까지 키우는 겁니다. 동시에 장기 국채 발행은 줄이고 단기 국채 발행은 늘리는 ‘발행량 비틀기’ 전략을 사용하죠. 늘어난 단기 국채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거대한 수요층이 소화해 주니 단기 금리는 안정되고, 반대로 공급이 줄어든 장기 국채는 희소성이 부각되며 장기 금리는 내려가는, 그야말로 금융 공학의 정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분들이 고개를 갸웃하실 겁니다. 바로 두 번째 마법, 일본에 대한 미국의 입장 변화 때문이죠. 최근 미국은 일본에게 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일본이 금리를 올릴 때마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라는 유령이 나타나 전 세계 금융 시장을 공포에 떨게 했고, 미국 역시 이를 극도로 경계했는데 말입니다.
이 180도 달라진 태도의 이유는, 미국이 지금 두려워하는 대상이 바뀌었기 때문일 텐데요. 과거 미국이 두려워했던 ‘엔캐리 청산’이 갑작스러운 ‘급성 심정지’와 같다면, 지금 미국이 마주한 ‘통제 불가능한 장기 국채 금리 폭등’은 서서히 온몸을 망가뜨리는 ‘만성 고혈압’과도 같습니다. 심정지는 응급처치라도 가능하지만, 국가 신용도라는 혈관이 한번 망가지기 시작하면 손을 쓸 수가 없죠.
결국 미국은 ‘급성 심정지’라는 단기적인 시장 충격을 감수하고서라도, ‘만성 고혈압’이라는 더 근본적인 병을 치료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겁니다. 일본이 점진적으로 금리를 정상화하면, 일본의 장기 금리가 안정되고, 이는 전 세계 채권 시장의 맏형 격인 미국 국채 금리에 가해지던 가장 큰 외부 상승 압력 하나를 제거해 주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이웃집에 약간의 물난리가 나더라도, 일단 내 집에 붙은 큰 불부터 꺼야겠다는 절박함이 엿보이는 대목이죠.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금융 공학, 창의적인 세수 확보, 그리고 일본에 대한 외교적 압박까지. 이 모든 정교한 전략들은 결국 ‘미국 10년 국채 금리 안정’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마법은 ‘인플레이션이 통제된다 ‘는 단 하나의 아슬아슬한 전제 위에서만 작동합니다. 만약 인플레이션이라는 1루 주자가 다시 뛰기 시작한다면, 이 모든 계획은 한순간에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습니다. 과연 베센트의 마법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인플레이션이라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 무너지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