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중앙은행, 세 개의 다른 길

by 구미잉

요즘 시장은 온통 이번 주에 있을 FOMC에만 집중하는 분위기죠.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 즉 ‘연준 풋’에 대한 믿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해 보입니다. 여기에 ‘트럼프 풋’, ‘재무부 풋’까지 더해진 세 개의 든든한 안전망 덕분에 주식 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시선을 잠시만 돌려 프랑크푸르트와 도쿄를 바라본다면, 지금 시장의 이 뜨거운 환호가 어쩌면 거대한 착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지금 세계 경제라는 거대한 바다 위에서, 가장 큰 세 척의 배가 서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항해를 시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미국, 유럽, 일본 중앙은행의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배, 미국(연준)은 ‘경기 둔화’라는 빙산을 발견하고 서둘러 후진 기어(금리 인하)를 넣고 있는데요. 최근 발표된 QCEW 고용 지표 쇼크는 미국 경제의 냉각을 뚜렷이 보여주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대규모 금리 인하’를 외치며 연준을 압박하고 있죠. 시장 역시 과거 2019년의 ‘보험적 금리 인하’의 달콤한 기억을 떠올리며, 연준이 다시 한번 구원투수로 등판해 주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배, 유럽(ECB)은 정반대의 선택을 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라는 짙은 안갯속에서 성장을 걱정하던 유럽이었죠. 하지만 그 안개가 걷히자, 그들은 눈앞에 나타난 ‘인플레이션’이라는 거대한 암초를 발견했습니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은 끝났다”라고 선언했고, 실세인 이사벨 슈나벨 이사는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이 지배적이라며 추가 금리 인하에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이 배는 이제 엔진을 끄고(금리 동결), 섣불리 움직이기보다 암초를 피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배, 일본(BOJ)의 움직임은 가장 극적입니다. 수십 년간 ‘디플레이션’이라는 무풍지대에 갇혀 멈춰있던 이 배가, 드디어 돛을 올리고 전진(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3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임금 상승률(춘투)을 바탕으로, 일본의 인플레이션은 이제 구조적으로 자리 잡는 모습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10월, 일본은행이 드디어 역사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자, 이제 이 모든 조각을 맞춰보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요? 미국은 돈을 풀고, 유럽은 돈을 묶고, 일본은 돈을 죄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개의 통화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때, 글로벌 자금이라는 거대한 해류는 어디로 흐르게 될까요? 답은 비교적 명확해 보입니다. 그동안 ‘미국 예외주의’라는 이름 아래 달러로 쏠렸던 거대한 흐름이 역전될 가능성이죠.


물론 금리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을 텐데요. 프랑스의 부채 문제 같은 변수도 분명 존재하죠. 하지만 지금 시장의 가장 큰 흐름은, 미국과 다른 나라들 간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지난 10여 년간 이어져 온 달러 강세의 가장 큰 엔진이 식어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라는 달콤한 꿈에 취해있지만, 바다 건너 유럽과 일본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통화 정책의 대분기’는, 어쩌면 우리가 알던 달러 중심의 세계 질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알리는 가장 중요한 신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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