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의장 제롬 파월은 지금 하나의 거대한 원형 경기장 한가운데에 서 있는지도 모릅니다. 한쪽 철창에서는 '정치적 압박'이라는 사나운 사자가 금리를 당장 내놓으라며 포효하고 있고, 다른 쪽 그늘에서는 4년 넘게 잡히지 않은 '인플레이션'이라는 호랑이가 조용히 몸을 도사리고 있죠. 전 세계는 숨을 죽인 채, 그가 과연 어느 맹수를 더 두려워하는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의 선택에 따라 시장의 운명이 결정될 이번 9월 FOMC입니다.
'정치적 압박'이라는 사자의 공격은 노골적이고 거침이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파월 의장을 "아무것도 모르는 완전한 재앙"이라 비난하며, "지금 당장, 더 큰 폭으로 금리를 인하해야만 한다"라고 연일 압박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밖에서 소리치는 것을 넘어, 백악관은 스티브 미란 이사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연준 내부에 투입하며 경기장의 철창을 안에서부터 열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죠.
우리는 이 섬뜩한 장면을 역사의 거울 속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바로 1970년대, 재선을 노리던 닉슨 대통령이 아서 번스 연준 의장을 압박해 금리를 내리게 했던 '닉슨-번스 시대'의 기억입니다. 당시 정치적 압박에 굴복한 대가는 참혹했습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고, 미국 경제는 10년 넘게 지속된 '대인플레이션(The Great Inflation)'이라는 깊은 수렁에 빠져야 했죠. 역사는 정치라는 사자에게 한번 먹이를 던져준 대가가 얼마나 큰지를 분명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반대편에는 또 다른 현실의 위험, 바로 '인플레이션'이라는 호랑이가 버티고 있습니다. 연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근원 PCE 물가지수는 목표치인 2%에서 멀어져 오히려 2.9%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가는, 잠시 웅크리고 있던 인플레이션이라는 맹수가 다시 뛰쳐나와 모든 것을 할퀴어 놓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죠.
딜레마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파월 의장이 지켜야 할 미국 경제라는 마을에서 '고용 시장'이 다쳤다는 비명이 들려오기 때문입니다. 8월 신규 일자리는 겨우 2만 2천 개 증가에 그쳤고, 과거의 일자리 숫자는 무려 91만 개나 하향 조정되었습니다. 이는 마을이 생각보다 훨씬 더 허약하다는 명백한 신호입니다. 사자의 포효를 무시하고 호랑이만 경계하다가, 힘이 빠진 마을이 쓰러지게 둘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결국 제롬 파월 의장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데요. 그는 당장 시끄럽게 포효하는 정치적 사자에게 '25bp 금리 인하'라는 먹이를 던져주고 잠시 시간을 벌 까요? 아니면 1970년대의 끔찍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인플레이션이라는 더 조용하고 치명적인 호랑이에게서 끝까지 눈을 떼지 않을까요? 그의 선택에 미국 경제의 다음 10년이 달려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