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의 '찻잔 속 태풍'과 안도하는 시장

by 구미잉

9월 FOMC를 앞둔 시장은 단순한 금리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과 스티브 미란이라는 이례적 인사의 등장 속에서, 투자자들은 '연준의 독립성'이라는 미국 경제의 마지막 방파제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거대한 폭풍을 마주하고 있었죠. 시장이 두려워했던 것은 50bp 금리 인하 자체가 아니라, 연준의 정책이 데이터가 아닌 정치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근본적인 '신뢰의 위기'였습니다.


시장의 공포는 구체적인 숫자로 나타났습니다. 경제 지표가 명백히 25bp 인하를 가리키고 있었음에도, CME FedWatch Tool에는 50bp 인하 가능성이 6%라는 의미심장한 숫자로 계속 남아있었죠. 월스트리트는 이를 두고 '미란 리스크 프리미엄', 즉 정치적 압력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에 매겨진 가격표라고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회의의 뚜껑을 열자, 시장이 우려했던 거대한 폭풍은 그저 '찻잔 속 태풍'에 불과했음이 드러났습니다. 연준은 예상대로 25bp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그 명분을 '정치적 압력'이 아닌 '노동 시장 둔화'라는 명백한 데이터로 돌리며 상황을 주도했습니다. 마치 숙련된 유도 선수처럼, 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힘을 정면으로 받지 않고 살짝 방향을 틀어 제압해 버린 셈이죠.


결정적인 장면은 11 대 1이라는 압도적인 투표 결과였습니다. 미란 이사는 50bp 인하를 주장하며 홀로 반대표를 던졌고, 그의 잠재적 동맹으로 여겨졌던 월러와 보우먼 이사는 파월 의장의 다수 의견에 동참하며 제도에 대한 충성을 선택했습니다. 연준은 심지어 '점도표'라는 투명한 도구를 통해, 위원회 내에서 미란의 주장이 얼마나 동떨어진 '이탈값'인지를 시장에 명확히 시각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파월 의장의 어떤 말보다, 이 단호한 '제도적 연대'가 시장을 안심시킨 가장 강력한 메시지였습니다.


시장의 반응은 흥미로웠는데요. 발표 직후 주가 지수는 오히려 혼조세를 보였죠. 진정한 안도감은 그 이후에 찾아왔습니다. 월스트리트의 분석가들은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성과가 '예측 불가능한 정치 리스크의 제거'에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습니다. 이제 시장은 백악관의 변덕이 아닌, 익숙한 경제 데이터를 다시 분석하며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이번 한 번의 폭풍을 막아냈다고 해서 모든 위협이 사라진 것은 아닐 겁니다. 미란 이사가 던져놓은 '장기 금리 안정'이라는 새로운 불씨는 언제든 다시 타오를 수 있겠죠.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아마 경계심의 수위는 예전보다 한 뼘 더 높여두었을 겁니다.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폭풍은 지나간 듯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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