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의 시대가 저무는가?

by 구미잉

불과 하루 전, 연준은 '노동 시장이 약해질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보험적 금리 인하를 단행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인 9월 18일, 시장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 경제는 이렇게나 강하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외치며 사상 최고치로 달려 나갔습니다. 오랫동안 경기 둔화라는 '나쁜 소식'을 연준의 금리 인하를 끌어내는 '좋은 소식'으로 여기던 시장의 오랜 공식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날의 극적인 반전은 두 개의 강력한 촉매제가 만들었습니다. 첫 번째 불꽃은 시장 개장 전, 오랜 경쟁자였던 엔비디아와 인텔이 50억 달러 규모의 AI 동맹을 맺었다는 기업 차원의 낭만적인 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불꽃을 거대한 모닥불로 키운 것은 단 하나의 거시 경제 지표, 바로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였습니다. 시장의 예상을 깨고 4년 만에 최고치였던 전주 대비 무려 3만 3천 건이나 급감한 이 데이터는, 시장을 짓누르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한 방에 날려버리기에 충분했죠.


이날 랠리가 과거와 달랐던 점은 그 폭과 깊이에 있습니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만 기대던 기술주 중심의 상승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내수 경제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중소형주 지수, 러셀 2000이 2.5%나 폭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야말로 '내러티브 전환'의 가장 확실한 증거였습니다. 시장의 돈이 유동성이 아닌, 경제 자체의 체력을 보고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였죠.


금융시장의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주가 상승'과 '채권 금리 상승'이 동시에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강력한 경제 지표는 채권 시장으로 하여금 '경제가 이렇게 튼튼하다면 연준이 서둘러 금리를 내릴 필요는 없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었고, 이는 10년물 국채 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중요한 것은 주식 시장이 '덜 완화적인 연준'이라는 소식에 전혀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한 경제'가 가져다줄 기업들의 이익 성장을 기대하며 더 크게 환호했다는 사실입니다. 주식과 채권이라는 두 거대한 시장이 각자의 언어로 '경제는 강하다'는 똑같은 결론에 도달한 것입니다.


시장은 이제 연준의 '보험'을 주머니에 넣어둔 채, 경제의 '건강함' 자체를 즐기기 시작한 듯합니다. '나쁜 소식'에 안도하던 시대가 저물고, '좋은 소식'에 열광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너무 강한 경제라는 이 '좋은 소식'이, 결국 잠들어 있던 인플레이션을 다시 깨워 언젠가 연준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나쁜 소식'으로 되돌아오게 될까요? 시장의 행복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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