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은 어떻게 미국 금리를 움직이는가

by 구미잉

모두가 연준의 입만 바라보며 금리의 향방을 예측할 때, 미국 행정부는 전혀 다른 곳에서 훨씬 더 거대한 판을 짜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바로 암호화폐 시장의 심장부에서, 달러의 미래를 좌우할 새로운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입니다. 그 이름은 바로 '스테이블코인'인데요.


이 거대한 계획의 설계도는 'GENIUS Act'라는 법안에 담겨 있습니다. 이 법은 스테이블코인 1달러를 발행하려면, 반드시 1달러 가치의 미국 단기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을 준비금으로 보유해야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마치 놀이공원에 새로운 '스테이블코인'이라는 구역을 만들고, 입장권은 오직 '미국 단기 국채'로만 사야 한다고 규칙을 정한 셈이죠. 이 구역이 인기를 끌수록, 입장권 판매소는 문전성시를 이룰 겁니다.


행정부의 의도는 명확합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 법안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수조 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며, 이는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 급증"을 이끌어 "정부의 차입 비용을 낮출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비밀스러운 계획이 아니라, 대놓고 선언한 국가 전략인 셈입니다.


그리고 이 계획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사야 할 단기 국채의 발행량을 늘리며 공급을 맞추고 있고,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이에 화답하듯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시장 1위인 테더(Tether)가 보유한 미국 국채는 1,270억 달러를 넘어, G7 국가인 독일의 보유량마저 뛰어넘었습니다. 한때 '위험한 기술 기업'으로 불리던 암호화폐 회사가, 이제 미국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채권자 중 하나가 된 것인데요.


하지만 이 정교한 설계에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존재합니다. 바로 '전이 위험(spillover risk)'입니다. 만약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신뢰 위기가 발생해 대규모 환매 사태(뱅크런)가 터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발행 사들은 준비금으로 쌓아둔 수천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시장에 급매도해야 합니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의 공포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해야 할 미국 국채 시장으로 직접 전염되는 끔찍한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죠. 연준과 IMF가 지속적으로 경고하는 이유입니다.


결국 미국 행정부는 달러라는 거대한 배에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로운 디지털 앵커(닻)를 내리고 있습니다. 이 정교한 계획은 과연 디지털 시대에 달러 패권을 지키는 '신의 한 수'가 될까요? 아니면 암호화폐 세계의 불안정성이라는 트로이 목마를 세계 금융 시스템의 심장부로 끌어들이는 위험한 도박이 될까요? 이 디지털 앵커가 달러라는 거대한 배를 안정시킬지, 아니면 예상치 못한 폭풍 속에서 함께 침몰하는 원인이 될지는,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가장 중요한 질문일지 모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파티는 계속된다, '네 마녀'도 반한 강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