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식'이 다시 '나쁜 소식'이 된 날

by 구미잉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시장은 '좋은 소식은 좋은 소식'이라는 새로운 서사를 쓰며 축제를 벌였습니다. 경제가 강하다는 소식은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으로 이어졌죠. 하지만 어제, 바로 그 '좋은 소식'이 시장의 발목을 잡는 '나쁜 소식'으로 돌변하며 화려했던 파티를 멈춰 세웠습니다.


어제 시장의 주인공은 주식 시장이 아닌, 훨씬 더 신중하고 냉정한 채권 시장이었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2분기 GDP 성장률(3.8%)과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채권 시장 참여자들에게 한 가지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미국 경제가 이렇게나 뜨거운데, 연준이 금리를 서둘러 내릴 이유가 전혀 없겠구나.'


마치 거대한 배의 엔진실(채권 시장)에서 위층 갑판의 파티장(주식 시장)을 향해 경고 방송을 울린 것과 같았습니다. "엔진이 과열되고 있습니다! 냉각수(금리 인하) 공급은 당분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경고에 채권 금리는 급등했고, 이 소식은 파티장을 순식간에 공포로 물들였습니다.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것은 역시 금리에 가장 민감한 기술주들이었습니다. 엔비디아, 알파벳 등 그동안 랠리를 이끌던 주식들이 일제히 하락했죠. 더 중요한 것은, 미국 내수 경제의 바로미터인 중소형주(러셀 2000)가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높아진 돈의 비용'이 이제 미국 경제 전반을 위협할 수 있다는 깊은 우려가 시장에 번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날 시장의 복잡한 속내는 달러와 금(Gold)의 동시 강세에서 더욱 명확히 드러납니다. 위험 회피 심리와 미국의 상대적 강세에 달러는 강해졌지만, 안전자산인 금 역시 견고한 모습을 보였죠. 이는 시장이 단순히 경기 둔화를 걱정하는 것을 넘어, '경기는 강한데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는 높은' 스태그플레이션이나, 혹은 '미국 정부의 막대한 부채 발행으로 인한 구조적인 고금리'라는, 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까지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라는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 '지속적인 고금리 환경'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기 시작한 것일까요? 투자자들은 이제 경제가 좋다는 소식에 환호하기보다, 그로 인해 높아지는 돈의 비용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더 어렵고 복잡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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