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이라는 진실의 순간이 다가온다

by 구미잉

지난 몇 달간,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와 'AI 혁명'이라는 두 개의 강력한 날개를 달고 구름 위를 날아다녔습니다. S&P 500 지수의 향후 12개월 주가수익비율(Forward P/E)은 22.5배로, 10년 평균인 18.6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까지 올랐죠. 하지만 이제 곧, 이 화려한 비행이 과연 튼튼한 엔진의 힘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기대감'이라는 뜨거운 상승기류 덕분이었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진실의 순간'이 다가옵니다. 바로 3분기 어닝 시즌입니다.


이번 어닝 시즌이 유독 더 긴장되는 이유는, 선수들이 넘어야 할 '허들'이 이례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보통 기업 실적 발표 시즌이 다가오면 분석가들은 10년 평균 3.2%씩 이익 추정치를 낮추며 '눈높이 관리'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이번 분기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월스트리트는 오히려 S&P 500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를 올려 잡으며, 전년 동기 대비 7.9%의 이익 성장을 예견하고 있죠. 기업들 역시 긍정적 가이던스를 발표한 수가 10년 평균을 크게 웃도는 등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장의 모든 기대는 단연 '매그니피센트 7'로 불리는 빅테크 기업들에게 쏠려있습니다. 이들은 약 14.5%라는 강력한 매출 성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는 올해 1분기의 32% 성장에 비하면 확연한 둔화세입니다. 이제 시장의 질문은 "얼마나 더 성장할 것인가?"에서 "그 성장은 진짜 돈이 되는가?"로 바뀌고 있습니다.


마치 거대한 AI 공장(데이터센터)을 짓는 데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는 것을 보여주던 시기는 지났습니다. 이제 시장은 그 공장에서 실제로 어떤 제품이 나오고, 그 제품이 얼마의 이익을 남기는지, 즉 'AI 투자의 수익률(ROI)'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죠. 특히 빅테크 기업들이 서로의 AI 인프라를 구매하며 만들어내는 '수익의 순환성'이 과연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물론 시장 전체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빅테크 너머를 봐야 합니다. 기술 섹터를 제외하면 S&P 500의 이익 성장률은 2.0%로 뚝 떨어집니다. 이는 시장의 성장이 여전히 소수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죠. 또한, 필수 소비재 섹터의 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은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미묘하지만 중요한 경고 신호일 수 있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3분기 성적표 그 자체가 아니라, CEO들이 내놓을 '4분기 및 내년 전망(가이던스)'입니다. 현재의 높은 주가에는 내년에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가 이미 모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죠.


과연 기업들의 실적은 시장의 이 뜨거운 낙관론을 증명하는 단단한 현실이 될까요? 아니면 '기대'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거품을 터뜨리는 날카로운 바늘이 될까요? 전 세계 투자자들이 숨죽이며 그 성적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엔화의 보이지 않는 손: 워싱턴과 도쿄의 동상이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