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다음 두통거리: 은행 밖의 '그림자 금융'

by 구미잉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규제 당국은 '은행'이라는 댐이 다시는 무너지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둑을 높고 단단하게 쌓아 올렸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댐을 보강하는 사이, 그 옆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거대한 '인공 호수'가 생겨났습니다. 바로 은행과 똑같은 역할을 하지만 은행처럼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 '그림자 금융(비은행 금융기관)'입니다.


이 인공 호수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금융안정위원회(FSB)에 따르면, 전 세계 그림자 금융의 자산은 257조 달러로, 이제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과 맞먹는 거대한 세력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호수의 둑이 얼마나 튼튼한지, 수심이 얼마나 깊은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는 점입니다.


이 불투명한 호수 속에는 세 개의 거대한 시한폭탄이 숨겨져 있습니다. 첫째, 보이지 않는 빚, '레버리지'입니다. 2021년 '아케고스 캐피털' 사태는 단 하나의 헤지펀드가 파생상품을 이용해 얼마나 큰 빚을 일으킬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월가의 대형 은행들에게 100억 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힐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둘째, 언제 터질지 모르는 '펀드 런'의 위험입니다. 많은 펀드들이 투자자에게는 '언제든 돈을 빼주겠다'라고 약속하면서, 실제로는 당장 현금화하기 어려운 부동산이나 비상장 기업에 투자합니다. 시장에 위기가 닥쳐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빼달라고 요구하면, 펀드는 자산을 헐값에 팔아치워야 하고

이는 시장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셋째, 은행과 그림자 금융을 잇는 복잡한 '상호연결성'입니다. 은행은 그림자 금융에 돈을 빌려주는 가장 큰 '돈줄'입니다. 호수에서 문제가 생겨 둑이 무너지면, 그 물길은 지하 배수관을 타고 곧바로 은행이라는 댐의 기반을 흔들게 되는 구조죠.


우리는 이미 역사의 거울 속에서 이 공포 영화의 예고편을 본 적이 있습니다. 바로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입니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모여 만든 단 하나의 헤지펀드가 과도한 레버리지로 무너지자,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이 마비 직전까지 갔었죠. 지금의 그림자 금융은 제2의 LTCM이 될 수 있는 수천 개의 펀드들이 모여있는 거대한 생태계입니다.


2008년의 위기가 '은행'이라는 앞문으로 쳐들어왔다면, 다음 위기는 누구도 제대로 감시하지 않는 '그림자 금융'이라는 뒷문으로 조용히 스며들어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더 무서운 것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불길이 타오르는 지금, 중앙은행이 과연 위기 시에 예전처럼 마음껏 돈을 풀어 불을 끌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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