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낙관론이 무너져 내린 날

by 구미잉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축제 분위기에 젖어 있었습니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AI 혁명이라는 장밋빛 전망 아래, 투자자들은 'TINA(There Is No Alternative, 주식 외엔 대안이 없다)'를 외치며 랠리를 즐겼죠. 하지만 금요일, 이 모든 낙관론은 단 하나의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 의해 산산조각 나고 말았습니다.


시장의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든 것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100% 추가 관세' 발표였습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대한 보복으로, "모든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고,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을 통제하겠다"는 선언은, 단순한 무역 갈등을 넘어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의 완전한 결별(Decoupling)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시장은 이 '최악의 시나리오'에 즉각적으로 반응했습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6% 폭락했고, 특히 기술 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반도체 지수(SOX)는 무려 -6.3%나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최악의 하락이었습니다.


위험자산 시장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안전자산 시장에서는 환호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투자자들은 주식을 내던지고 미국 국채로 몰려들었고, 금(Gold)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반면, 글로벌 성장 둔화에 대한 공포로 국제 유가는 5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죠. 모든 자산이 '무역전쟁의 귀환'이라는 단 하나의 거대한 공포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번 폭락은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붕괴 직전, 시장의 주가수익비율(CAPE ratio)은 역사적 평균을 80%나 웃도는 극심한 고평가 상태였고, 개인 투자자들의 낙관론은 위험 수위에 달해 있었습니다. 마치 위태로운 구조물 위에 세워진 파티장과도 같았죠.


결정적으로, 시장을 지탱하던 마지막 믿음의 기둥, 즉 '시장이 위험해지면 트럼프가 구해주겠지'라는 '트럼프 풋(Trump Put)'이 신기루였음이 드러났습니다. 시장을 가장 큰 위험에 빠뜨린 장본인이 바로 그 자신이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번 폭락은 단순한 조정을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것일까요? 시장은 이제 믿었던 안전망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이 거친 파도를 헤쳐나가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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