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방아쇠를 당겼을 뿐, 진짜 범인은 '레버리지'

by 구미잉

지난 금요일, 글로벌 금융시장은 단 하나의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 의해 수조 달러가 증발하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추가 관세 발표는 분명 그 시작이었죠. 하지만 그날의 붕괴가 역사적인 수준의 폭락으로 이어진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그는 단지 방아쇠를 당겼을 뿐, 총알은 이미 시장 내부에 장전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 총알의 이름은 바로 '과도한 레버리지'였는데요. 붕괴 직전, 시장은 이미 위험할 정도로 과열되어 있었습니다. S&P 500의 장기 밸류에이션 지표(CAPE ratio)는 역사적 평균을 80%나 웃돌았고, 개인 투자자들의 낙관론은 4주 연속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었죠. 마치 아슬아슬하게 높이 쌓아 올린 '젠가(Jenga) 타워'와 같았습니다.


모두가 이 위험한 게임을 즐기는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레버리지'라는 이름의 나무 블록이 계속해서 빠져나와 타워 꼭대기에 위태롭게 쌓이고 있었습니다. 특히 암호화폐 시장이 그 중심에 있었죠. 연초 대비 비트코인과 솔라나의 미결제 약정(레버리지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은 각각 374%, 205%나 폭증하며 화약고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는, 이 위태로운 젠가 타워를 살짝 건드린 마지막 손가락이 되었습니다. 초기 충격으로 자산 가격이 하락하자, '마진콜'이라는 연쇄 반응이 시작됐습니다. 빚을 내 투자했던 포지션들이 강제로 청산당하고, 이 청산 물량이 다시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그 하락이 또 다른 청산을 불러오는 '연쇄 강제 청산(Cascading Liquidations)'의 악순환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불과 24시간 만에 암호화폐 시장에서만 190억 달러(약 25조 원)가 넘는 레버리지 포지션이 공중으로 사라졌고, 나스닥 지수는 3.5%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냉엄한 교훈을 남깁니다. 시장의 진짜 위험은 예측 불가능한 외부 충격이 아니라, 탐욕으로 쌓아 올린 내부의 취약성에 있다는 것을 말이죠. 과연 우리는 이 아찔했던 젠가 게임의 교훈을 잊지 않을 수 있을까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모든 낙관론이 무너져 내린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