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당시 'Too Big To Fail'은 JP모건이나 골드만삭스 같은 거대한 개별 은행들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이들이 무너지면 시스템 전체가 멈출 수 있기에, 정부가 구제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죠. 하지만 2025년, 어쩌면 이 단어는 이제 '금융 시장' 그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 된 것은 아닐까요?
현대 경제는 '주식 시장이라는 거대한 심장'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과 같아졌습니다. 연준의 데이터에 따르면, 이제 미국 가계 자산의 34.7%가 주식 시장에 묶여있습니다. 주식 시장이 뜨겁게 펌프질 하며 자산 가격을 올리면, '부의 효과'를 통해 사람들의 소비가 늘어나고 경제라는 몸 전체에 따뜻한 피가 돕니다. 실제로 2024년 GDP 성장의 4분의 1이 이 '부의 효과'에서 비롯되었죠.
문제는 이 심장이 멎는 순간(시장 붕괴)입니다. 심장이 멎으면 소비가 급랭하고, 경제 전체가 순식간에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정책 당국이 시장의 비명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이미 역사의 거울 속에서 그 증거를 목격했습니다.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의 급진적인 관세 정책에 시장이 20% 가까이 폭락하며 '심정지' 직전까지 가자, 행정부는 돌연 정책을 유예하며 물러섰습니다. 시장이 고통을 호소하자 '트럼프 풋'이라는 제세동기를 가동한 셈이죠. 그날 S&P 500 지수는 하루 만에 9.52%나 폭등하며 화답했습니다.
하지만 이 암묵적인 안전망은 '도덕적 해이'라는 위험한 부작용을 낳습니다. '넘어져도 정부가 일으켜 줄 것'이라는 믿음은 투자자들을 더 과감하게 만들고, 더 많은 빚(레버리지)을 내서 위험한 곳으로 달려가게 합니다. 규제가 덜한 '그림자 금융(NBFI)'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이유죠.
결국 우리는 위험한 '파멸의 고리(doom loop)'에 갇힌 것인지도 모릅니다.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장의 붕괴를 막아야 하고, 시장은 그 보호를 믿고 더 큰 위험을 감수하며, 이는 미래에 더 큰 위기가 터졌을 때 정부가 더 큰 규모로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듭니다.
시장의 심장이 멎는 것을 막기 위해 계속해서 아드레날린(정책 개입)을 주사하는 이 방식은, 과연 경제를 살리는 길일까요? 아니면 언젠가 닥쳐올 더 거대한 심장마비를 향해 달려가는 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