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의 열쇠: 부동산, 환율, 그리고 APEC

by 구미잉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려면 두 개의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시장의 상식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 산은 '부동산 과열과 가계부채'라는 이름의 활화산이고, 두 번째 산은 '1400원을 넘나드는 환율 불안'이라는 이름의 안개 낀 고산이죠. 지난 10월 금통위는 이 두 개의 산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동결'을 선택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산들을 넘어 금리 인하라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요?


첫 번째 산인 '부동산/가계부채'는 최근 정부의 연이은 대책(6.27, 10.15) 덕분에 분화구의 열기가 다소 식는 듯 보입니다. 9월 가계대출 증가세는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둔화되었죠. 하지만 여기서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마치 용암 분출은 멈췄지만, 산 중턱에서는 규제를 피하려는 '막차 수요'로 인해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는 기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창용 총재가 "가격 하락이 아닌 안정"을 강조한 이유입니다. 용암(부채 증가)은 막았지만, 산 전체의 온도(가격 상승세)가 충분히 내려가야 안심하고 하산(금리 인하)을 시작할 수 있다는 신중한 입장인 셈이죠.


두 번째 산인 '환율 불안'은 더욱 복잡합니다. 물론 미국의 강달러라는 거대한 바람의 영향도 있지만, 한국만의 특수한 안개, 바로 '3500억 달러 투자' 불확실성이 시야를 가리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달러 수요가 언제, 어떻게 터져 나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시장을 짓누르며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죠.


이 안개를 걷어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회가 바로 다음 달 열리는 APEC 정상회담입니다. 물론 완전한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신호'는 나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투자를 분할해서 이행하고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협력한다는 원칙적인 합의만 이루어져도, 시장이 두려워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다는 안도감을 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만약 APEC을 계기로 미-중 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잡혀 위안화가 강세로 돌아선다면, 위안화와 동조화되는 원화 역시 간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결국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열쇠는 한국은행 자신이 아닌, 정부의 부동산 정책 효과와 APEC에서의 외교적 성과에 달려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두 개의 산 앞에서 우리는 어떤 뉴스를 듣게 될까요? 그 결과에 따라 우리 경제의 다음 행보가 결정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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