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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 Sep 19. 2023

나 그리고 너, 우리

그리고 우리는 하나입니다.

"숨을 천천히 쉬면서 발걸음을 옮겨보세요. 숲과 함께 걸어보세요." 

만연사 숲길을 걷고 있다. 숲해설사와 함께 직원들은 걷기 명상 중이다. 해설사님은 천천히 호흡을 하면서 걷다가 종이 울리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숲에서 주는 향기를 느끼라고 한다. 그리고 나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고 있는 중이다.

호흡을 들여 마시는 순간 머리가 아파졌다. 머릿속에는 잡념들이 나의 온몸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 

지금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어려웠다.  과거속에 실수한 생각이나 창피했던 순간들이 나를 붙잡고 있었다. 

호흡이 내 안에 머무르는 순간에 집중하려고 해본다. 그리고 천천히 호흡을 내뱉는다. 

매번 산을 가면 정상을 향해서 목적지만 보고 가고 있었다. 내가 가야 하는 길에 주변에 피어있는 아름다운 장면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걷고 있었던 것이었다. 순간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살아온 나의 삶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 "잘 살아왔고 걸어오느라 수고했다고" 그 순간 내 옆에 있는 직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은 혼자 걷기에서 함께 걷는것이다. 우리는 혼자서는 살 수 없기에 함께 걷는 연습을 한다.

작은 나뭇가지를 가지고 둘이 손가락으로 나뭇가지가 떨어지지 않게 다양한 방법으로 걷기 시작했다. 

불안정하게 서로 의지하며 걷는 사람도 있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밀착하여 나뭇가지가 떨어지지 않게 걷는 사람 등 다양했다. 그 순간 나무들이 보였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나무들은 숲에서 조화를 이루면서 다양한 색깔과 향기를 품고 있었다. 나무처럼 우리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고 나만의 향기를 가지고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는 슬픔거나 화가나도 향기는 언제나 우리에게 편안하게 뿜어내고 있다.

나무의 향기를 닮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직원들은 나만을 위한 쉼의 시간이 주어지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이 주체 할수가 없다고 한다. 어떤 직원은 좋은 곳에 가면 가족이 생각나고 돌보는 우리 이모님들이 눈에 어른거린다고 한다. 숲해설사님은 여기에는 가족과 오면 안 된다고 한다.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가 없다는 것이다. 가족을 챙기느라 온전히 나를 돌보는 것은 힘들기 때문이다.

이모님들과 청도 숲 체험을 갔던 기억이 난다. 이모님 100여 명을 모두 모시고 다녀왔다. 1박 2일 동안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혹시나 다치지는 않을지, 식사는 잘 드시는지, 내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중요했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있는 분은 버스를 오르내리는 것부터도 난관의 연속이었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이모님들은 아무리 좋은 숲 체험도 멀리 가는 것은 힘들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지친 몸을 안고 돌아온 우리는 이제는 1박 2일은 힘들고 가까운 곳에 소수로 가기로 했다. 

그럼에도 이모님들의 숲에서 행복한 웃음은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있어야 네가 있고 그리고 우리가 된다. 먼저 내가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가족도 돌보고 이모님들도 함께 우리가 될 수 있다. 호흡을 하면서 내가 내쉬는 호흡은 네가 마시고 있고 숲과 함께 우리가 함께 호흡하고 있는 것이다.  주고받는 말로도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살고 있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  내가 바로 서야 네가 있고 우리가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면서 천천히 호흡을 하면서 숲길을 걸어보련다. 

숲은 여전히 거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얼마나 축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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