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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 Jan 21. 2024

브레드의 운명

의미있는 삶

거리에는 어두움이 아직 짙게 내려앉아 있다. 작은 도시의 길 한복판에 있는 빵집에서 불빛이 새벽을 깨우는 중이다. 가게에는 정성을 다해서 빵을 만들고 있는 주인이 있다. 온 인생을 빵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자신이 만든 빵이 사람들에게 행복과 기쁨을 주고 살아가는 힘을 선물해 주고 싶다는 신념으로 하고 있다. 

 얼굴에는 미소를 띠고 달걀을 깨서 그릇에 담아내고 있다. 밀가루와 달걀은 소금과 함께 만나서 주인의 손으로 인생의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유연해지면서 딱딱한 곳에 몸이 여기저기 멍이 들더니 동그랗게 예쁜 모습으로 재탄생되어간다. 상처가 나기도 했지만 주인의 손에서 아름다운 모양으로 변했다.

힘들어도 나를 사랑으로 함께 하는 주인이 있어서 힘이 났다. 멋진 모습으로 만들어주어서 어떤 고통도 이겨낼만했다. 

 어떤 날은 주인의 손에 몸을 맡기고 있으니 편안했다. 이제는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곳에 들어가고 있다.  산 넘어 산이라고 더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겉은 타들어가고 있지만 아름다운 빛깔이 맘에 든다. 

뭐든지 그냥 되는 것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에 큰 아픔을 견디어내고 화려한 불빛이 있는 진열장에 입성하게 된다. 

 손님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고 있다. 늘씬한 여자 손님은 빵을 고르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린다. 냉정한 기운이 감돈다. 우리들을 바라보면서 "오늘은 어떤 빵을 먹어볼까?" 친구들은 제일 멋지게 포즈를 취하면서 "저요. 저요" 하면서 선택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옆에 있는 친구가 여자 손님에게 갔다. 부러웠다. 그 순간 여자 손님의 입속에서 친구의 몸은 두 동강이 되어 갔다. 깜짝 놀랐다. 뭔가 모르게 깊숙한 곳에서 아픔이 느껴졌다. 

 살아가다 보면 누군가의 냉정한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말을 한 것뿐이지만 어느 누군가는 마음의 구멍이 생긴다.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다음 손님이 들어왔다. 남자 손님은 목소리가 무뚝뚝하고 어딘가 불만이 많은 것 같았다. 난 몸을 최대한 쪼그리고는 손님의 손길을 피했다. '휴우 다행이다'. 점차 친구들은 하나둘씩 사라져갔다. 

 어느 순간 혼자 남아 있다. 주인은 문을 닫고 불을 끄고 휙 하고 가버렸다. 난 혼자 남아서 외롭고 쓸쓸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내가 살아가는 의미도 없고 존재가치가 사라져 버렸다. 그 많은 고통들을 견디고 여기까지 왔는데 주인마저 나를 버렸다고 생각하니 절망감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한참을 슬픔에 젖어있을 때쯤 주인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주인은 나를 향해 따뜻한 미소를 건네면서 손을 내밀었다. 주인의 입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어떤 느낌일까? 친구들의 마지막 모습이 눈에 선하다. 

 무섭고 떨린다. 행복할까? 입에 들어간 순간 주인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주인은 온몸으로 맛을 음미하면서 입가에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살아가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 내가 태어난 이유였다. 누군가를 위해 작은 행복을 주면서 살아간다면 내 소임은 다했고 그것으로 의미 있는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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