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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 Apr 03. 2023

마음이 아픈 그녀들을 돌보는 간호사  이야기

기다림



세상에는 뭐든 기다림이 필요하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이루는 것에도 시간의 기다림이 있어야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기다림의 미학이 인생에서는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나를 기다려주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나에게 귀인이고 소중한 사람이다.

상대방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어야 기다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 난 초등학교 다니기 전에 농사철로 바쁠 때는 고모 집으로 보내지게 되었다.

가난한 우리 집은 나를 보살펴줄 수 없고 고모 집은 오빠들만 있어서 딸을 키워보고 싶어하셨다. 그래서 난 고모집으로 보내졌다. 하지만 엄마가 몹시 보고 싶어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언제쯤 나를 데리러 올까 하는 기다림이 하루하루 지쳐가고 엄마가 그리웠었다.

고모 집은 우리집보다는 풍족하여 먹을 것도 많았고 오빠들도 다정하게 대해 주었지만 집이 너무나 그립고 엄마가 보고 싶었다.


엄마의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데 전화도 없고 집에 가고 싶지만 고모에게 말을 하게 되면 고모가 서운해할까 봐 혼자 눈물을 지었던 일들이 생각이 난다.


그렇게 참다가 하루는 엄마가 몹시 보고 싶어서 마냥 걸어서 집을 찾아 나섰다가 길을 잃었다.

산속에서 너무나 무서웠지만 엄마를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염없이 걸었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나를 찾아서 산속으로 와서 난 겨우 저녁 늦게 추위로 떨다가 기절해서 집에 올 수 있었다. 그 뒤로 난 고모 집에는 보내지지 않았다.

풍족하고 부족함이 없더라도 모든 가족이 함께 지낼수 있는 집이 천국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설에서 살고 있는 분들은 항상 집에 가고 싶은 꿈을 품고 산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환경이라지만 가족과 정을 나누면서 살고 싶은 마음을 난 이해가 된다.

받지 않는 전화를 수시로 눌러서 "여보세요" 하고 말을 해보지만 기계음 소리만 울린다.


"난 올해는 집으로 퇴원해서 언니랑 살고 싶어."


그녀의 꿈은 올해도 작년과 같이 매년 퇴원을 꿈꾸고 있다.

언니와 함께 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오늘도 기다림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렇게 기다림 속에 있는 시간이 소중하다고 생각한 그녀는 언니의 면회만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언니가 면회를 오는 날이다

언니는 아파서 연락도 못하였다면서 이제 겨우 회복해서 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가 좋아하는 간식을 한아름 사가지고 왔지만 언니와 함께 집에 가고 싶다는 말만 한다.

그렇게 짧은 만남이지만 언니의 얼굴을 보고 나서 마음이 조금은 안정이 되었는지 그녀의 독백은 조금 줄었다.


마음이 불안하고 힘들면 독백을 하는 그녀는 언니의 작은 만남으로 행복한 기다림이 다시 시작된다어떤 사람이 오거나 때가 오기를 기다림은 어쩌면 인생의 작은 행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기다릴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 또는 나를 기다려줄 귀인이 있다면 세상은 행복한 기다림으로 살아가는 힘을 얻을 거라 생각된다.


기다림은 더 많은 것을 가져다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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