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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 Apr 03. 2023

가족이야기

당신은 나에겐 언제나 봄날

봄이 되니 여기저기 봄꽃이 몹시 아름답게 우리를 맞이해준다.


겨울 내내 힘들었던 몸과 마음을 어느새 위로하고 녹여주는 봄꽃이 더없이 감사하다.


동백꽃이 처음 눈에 들어온다.

동백꽃의 꽃말은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고 한다.


아버지 이름만 들어도 가슴에 눈물이 글썽거린다.

아버지는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날의 기억은 항상 나의 머릿속에서 슬픔과 가슴의 통점으로 남아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치아가 모두 빠지는 악몽이 너무도 생생하여 오빠에게 말했더니 오빠도 그런 꿈을 꾸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서울에서 막노동을 하셨지만 어느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시여 상을 받으셨다고 하셨다. 상으로 받은 시계를 오빠 생일선물이라고 보내신다는 말씀이었는데 다른날과 달리 나는 피곤해서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았었다.

오빠의 생일날 아빠의 전화는 마지막 통화였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데 교수님의 호출에 나갔더니 집에 큰일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 전화는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아빠가 새벽에 일을 가시다 뺑소니차에 다치셔서 혼수상태인데 희망이 없다고 하였다.

그때의 충격은 지금도 트라우마로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와 추억의 편린들은 나에게는 봄날의 따스함과 부지런한 햇살이다.

그리고 동백꽃의 꽃말처럼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수호천사가 있다면 이 마음이 전달되리라 믿는다.


어떤 아버지들보다 더 자식들을 위해서 헌신하시고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사셨다.

버지는 까막눈이라고 시골에서 농사지으시다가 자식들 교육때문에 도시로 이사를 하려고 사기를 당하셨다.

배운 것이 없어서 할 수 있는 거라곤 농사뿐이라서 자식들을 놔두고 서울로 홀로 상경하셔서 일을 하셨다. 공사판에서 새벽부터 일을 하셨고 일이 없는 겨울에는 잠시 집에 내려오셔서 목욕탕에서 때밀이, 구두닦이 뭐든 닥치는 대로 하셨다.


목욕탕에서 일을 하실 때는 얼마나 꼼꼼한지 단골이 많아져서 좋다고 기뻐하셨다.

당신의 손과 허리는 점점 굽어지고 계시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힘든 일을 하시면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간식을 받은날은 호주머니에 넣어서 우리들에게 가져다 주시곤 하셨다.


언젠가는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오시다가 다 녹아버려서 아쉽다고 하셨다.

아버지는 손재주가 좋으신 분이셨다.

무엇이든 만들면 예술작품이 되었다.

언젠가는 솔 담배 종이를 거리에서 주워다가 방석을 만들었는데 솜씨가 좋아서 주변에서 나중에

전시회하라고 할 정도였다.

지금은 이사하면서 분실했는데 너무나 아쉽다.

아버지의 열무비빔밥은 아직까지 생각만 해도 입가에 군침이 맴돈다.

보리밥과 어울린 열무가 매우 맛있었다.


그 힘든 상황에서도 까막눈인 것이 너무나 창피하시다며 저녁에는 글을 배우셨다.

한글을 배워서 책을 읽고 우리들에게 그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편지를 써주고 싶다고 하셨다.


아버지의 딸로 태어난 것이 너무나 감사하고 자랑스러웠다.

내가 힘들 때 생각하면 봄날처럼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희망과 용기를 주는 우리 아버지

이제는 춥고 쓸쓸한 겨울이 아니라 당신은 내게 언제나 봄날입니다.

동백꽃을 보면서 아버지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다.


"아버지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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