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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hoon Nov 10. 2024

하늘은 그대로였다

빈자리에서 부르는 가을노래-

푸르른 날

슬픔이 나의 온몸을 휘감아

떨고 있었을 때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나무 끝의 흔들림을 보며

비로소 바람이 부는 것을 깨닫는 우둔함이

나를 감싼다     


내 안에 있는 내가 버거워

공허한 웃음으로 비워내야 할 많은 것들과

남겨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되새김할 때     


빛처럼 가늘게 나에게 온다

떠나고 추억하고 보내고……     


푸르름이 떨어져

만들어진 공간만큼만 볼 수 있다는 것을

끄덕이며 끄덕이며 깨닫는다     


나의 푸르름이 지난 자리에서

비로소 너와 그것을 본 것처럼

하늘은 늘 그대로였다



봄에는 꽃향기에 여름엔 녹음에 가려

하늘과 주위를 볼 수 없는 것 같다.

비워냄이 결핍이 반드시 외롭고 슬픈 것만은 아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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