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에서 부르는 가을노래-
푸르른 날
슬픔이 나의 온몸을 휘감아
떨고 있었을 때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나무 끝의 흔들림을 보며
비로소 바람이 부는 것을 깨닫는 우둔함이
나를 감싼다
내 안에 있는 내가 버거워
공허한 웃음으로 비워내야 할 많은 것들과
남겨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되새김할 때
빛처럼 가늘게 나에게 온다
떠나고 추억하고 보내고……
푸르름이 떨어져
만들어진 공간만큼만 볼 수 있다는 것을
끄덕이며 끄덕이며 깨닫는다
나의 푸르름이 지난 자리에서
비로소 너와 그것을 본 것처럼
하늘은 늘 그대로였다
봄에는 꽃향기에 여름엔 녹음에 가려
하늘과 주위를 볼 수 없는 것 같다.
비워냄이 결핍이 반드시 외롭고 슬픈 것만은 아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