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교회에
어머니는 노인정에
두 딸은 서울로 갔다
나는 홀로 집에 있다
안방엔 아직 엄마의 냄새가
아이들 방에선 방향제 향기가 남아 있다
채우려 애썼고 잉여를 행복이라 여겼다
결국엔 덜어내고 비워내면서도…..
풀지 못한 숙제처럼
빈방은 다시 생각을 채우려 한다
늘 같은 자리에서 시작되는
생각과 촉수의 떨림
형광등 닿지 못하는 방 끝의 어스름
햇볕조차 반만 허락하던 단칸방의 습기
냉장고와 책상과 비닐장이 뒤엉킨 어색한 공간
색보다 오래 남는 것은 소리
소리보다 더 선명한 것은 냄새
소년은 빈 방에서
돈 벌러 멀리 간 엄마 냄새를 줍는다
갖고 싶던 것들은 그림으로 그려지고
위층 주인집에 가족이 함께 사는 꿈을 꾼다
빈방은 채워지고 다시 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