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문자

동지가 친구에게-

by Bellhoon

그냥, 우린 친구지

뜬금없는 너의 문자, 황급히 전화한다

술에 취한 너의 목소리는

무엇을 말하려는 듯

말하지 않으려는 듯

망설이며

우린 친구지, 친구지만 되묻는다

술 한잔 했는데 그냥 그랬다고...


묻고 싶은 말도 묻어야 하는 것이

반백을 넘긴 우리의 습관

교정의 푸른 솔보다 푸르던 너

반백의 머리가 아직 어색하고

힘 놓은 목소리가 낯설다


지랄탄 연기만큼 뿌옇던 우리의 미래

나눠 핀 담배로 매운 아픔 씻곤 했지

좋은 세상 꿈꾸면서도

우리의 내일은 꿈꾸지 않았지

그래야 했지, 그래야만 했지


밀물처럼 빠져나간 농성장

쓸쓸히 남겨졌던 너와 나

그때도 우린 웃었고

말로 위로를 담으려 하지 않았지

너의 푸른 수의 위의 숫자를

비번으로 하며 아무도 모를 거라

행복해하기도 했지 우리의 우정처럼


오랫동안 가까이 지내지 못하고

우린 떨어져 목소리로 안부를 전한다

가장의 무게 세상의 무게가

무겁게 눌렀을 오늘,

미안함 가득 담긴 소줏잔도 친구를 그리워한다


친구(親舊)1.

명사;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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