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매미, 삶

by Bellhoon


어머니는 오래 걸어오셨다

봄과 겨울이 몇 번이고 뒤집히는 동안

가난과 아픔, 아이들의 울음과 웃음을

마당의 빨래처럼 말리고 또 걷어 들이셨다


이제, 어머니는 아홉 번째 고개를 넘으시려 한다

허리는 고개 숙인 나무처럼 굽었고

숨은, 계단을 오를 때마다

짧게 잘린 실처럼 가빠졌다

그래도 아침이 오면 보행기를 밀고 향하신다

살아 있는 자의 몫을 다하려는

오래된 습관처럼


마당 감나무에 매미가 붙어 있다

그 울음은 땅속 칠 년을 태워

한철 햇빛 속에 터져 나오는 소리다

짧은 여름이 끝나면

그 소리는 나무껍질처럼 바닥에 떨어질 것이다


어머니의 계절도 그렇게 저물어 간다

남은 날은 길지 않지만

하루하루를 조용히

또렷이 살아내신다


매미는 울음으로 하루를 태우고

어머니는 침묵으로 하루를 견디신다

울음과 침묵이

오늘 같은 여름날

마당 그늘 속에서 나란히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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