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끝 지친 마음 위로
검붉은 것들이 녹아내린다
검투사의 뒷모습처럼
쓸쓸함이 시간을 덮을 때
위태롭고 붉게 스며온다
노을처럼 온다, 그는
스치듯, 그러나 확실히
내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며 지나간다
엇남이 운명이었을지 모른다 —
스치듯
바람처럼 온다, 그는
기다림이 젖은 골목 끝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로 떨어진다
기억이 절규하고
부정이 몸부림칠 때
비처럼 온다, 그는
그가 돌아오는 시간
구름과 노을의 노래가 멈추고
새들은 깃을 모으며
바람에 몸을 기댄다
고요가 소멸하고
어둠조차 어둡지 못할 때
그는 그렇게 오고 —
나는 풀향과 바람의 냄새를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