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물들이기 위해
나의 색깔로 칠하지 않고
너의 빛깔로
엷어져야 한다는 것, 내가
그것을 알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녹슨 난로에
불을 지피려 했다
붉게 달아오르기 전
무엇도 뜨겁게 할 수 없다는 것,
너를 뜨겁게 하려면
내가 먼저
불타야 한다는 것,
비로소 깨닫는다
너를 만나러 가는 길
작은 양초 하나,
사각사각이는 연필 한 자루 주머니에 넣는다
별빛이 모자라면 불을 켜고
전하지 못한 말이 있다면 엽서를 남겨야지
그에게 간다는 것은
그에게 스며드는 일
끝에서 중심이 아닌
중심에서 끝으로
번져가듯
그렇게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