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비

by Bellhoon

낯선 비가
잠을 깨운다

조금 열어 둔 창, 틈새로
젖은 공기가 들어온다

새벽은 차갑게 몸을 흔든다

땅으로 스미지 못한 빗물은
소리로 흘러간다


뒤꼍의 댓잎에도, 버찌나무에도, 대추나무에도,
어제 오후 가지치기당한 적목련에도
비가 내린다

소리로 형상을 떠올리는 건 낯선 일
모으기도 하고 흩기도 하고
제 마음대로다


훔쳐보기만 하며 살아왔는데

훔쳐들으려 하니 귀가 난색하다

멈춘 소리 틈으로 아스팔트 빛 하늘을 그린다

울음을 머금은 듯
아픔을 머금은 듯

낯선 빛으로 번져간다

어제 같은 낯선 내일이

날개 꺾인 익숙한 어제가

먼지 쌓인 오늘이 익숙한 얼굴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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