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 홍시가 익을 때
붉은 볼의 아이가 서설처럼
나에게 온다
어둠의 시간을 건너와
내 중지를 잡고
작은 입술에 가져다 무는
놀라운 기적이
나에게 온다
먼지처럼 피곤이 쌓이고
삶이, 웃음이 그 빛을 잃을 때
까르르 까르르 소리를 내고 눈 맞추며
그 아이가
나에게 온다
일상이 묵은 빨래처럼 던져져
새로움을 잃어갈 때
새벽별빛 같은 까만 눈동자의 네가
나에게 온다
감자튀김보다 동화책을 좋아하고
바이올린보다 첼로를 좋아하는
웃음도 눈물도 많아 나를 아프게 하고
기쁨도 아픔도 함께 주어
가슴 벅차게 하는
그런 아이가
기적처럼 나에게 온다
딸아이의 대학졸업과 로스쿨입학을 축하하며 썼던 시를 다듬어 올립니다. 나의 모든 시는 자기를 위해 썼다고 믿는 재미있는 녀석입니다. 정말 그만을 생각하며 쓴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