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학교 학생의 가정방문은 대개 토요일에 이루어집니다. 평일에는 직장 때문에 시간을 낼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가끔 1~2명이 빠지기는 하지만 목사님과 부장님, 전도사님, 담임샘과 학년담당인 저, 이렇게 5명이 기본으로 움직입니다. 이번 보석이네 집 방문도 5명이 완전체로 모여서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이 서로 자신을 돌아보고 상대방에게 사과하고 감사하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집안에 들어서자, 보석이와 보석이 부모님께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아버지와 엄마 두 분 모두 밝은 표정과 분위기였고, 보석이와 관계도 아주 좋아 보여서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였습니다. 보석이가 엄마, 아빠 누구에게든 하고 싶은 말을 해도 될 것 같은 자유롭고 허용적인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목사님과 부장선생님이 구면인 아버지와 인사를 나눈 후에 보석이 아버지깨서 그간의 일을 시간 순서대로 나눠주셨습니다.
아버지
-교회 공동체에서 한 집사님의 고백에 찔림이 있었습니다. 집사님의 낙태에 대한 고백을 듣고 아내를 만나기 전에 사귀던 사람과 있었는데 그 사람이 낙태를 하고 외국을 가버린 일이 생각났습니다. 그 집사님의 고백을 듣고 그 일이 계속 머리속을 떠나지 않더라구요.
그 때부터 공동체에서 남들이 하는 말을 귀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잘 듣고 입은 닫는 자가 되었지요.
아내는 교사인데 올바르게 사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완고한 편이고 저는 혈기가 많아요.. 아내에게 아쉬웠던 것은 아내가 삐딱하게 나를 무시하는 것 같은 태도입니다. 작년 말에 사이가 최고로 안 좋아져서 포기상태였었습니다.
엄마
-저는 단순한 사람인데 남편 때문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남편이 저가 모처럼 나가서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싫어하고 취조하듯 얘기하는 사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가을부터 달라졌어요. 집 나가는 것을 싫어했는데 요즘은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와" 합니다. 그 전에는 인증샷을 보내라고 할 정도로 구속했어요.
남편이 힘들게 하니까 저도 생색이 났습니다.
왜냐하면 남편이 때때로 보태 주긴 했지만 제가 벌어서 아이들하고 살았거든요.
남편이 밉고 싫었어요. 가장노릇도 안 하면서 혈기가 넘 많아요. 저도 어디가서 말싸움을 하면 안 지는데 남편에게는 말을 안해요. 그대신 복수해 주려고 밥 안 해주고 빨래도 안 해주죠. 손발이라도 좀 힘들어 봐라 하구요. 남편이 들어올 때 도어락소리가 들리면 아직도 두려운 마음이 있어요. 그 때의 마음이 해소가 되지 않아서 그래요. 이제 남편이 혈기가 빠지니까 보석이 한테도 잘합니다.
아버지
-아내와 보석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어요.
아내는 신념이 강한사람입니다. 저혼자 1년동안 아이들을 교회에 데리고 다녔는데 아내는 개척교회에 나가면서 안 왔어요. 아내가 이제 우리와 같은 교회로 온 지 두 달됐어요.
목사님
-보석이가 먹는 약이 우울약인가요?
엄마
-에너지를 모아주는 약이라고 합니다. 보석이가 에너지가 많이 방전된 상태라고 합니다. 약을 먹은 지 서너 달 되었어요. 보석이가 하고자 하는 마음은 많아요. 그런데 하고 싶어도 에너지가 없어서 못해요.
처음에 병원에 갔을 때는 불안수치가 1~5중에서 4였고 긴장수치도 4였어요.
오늘 다시 검사했는데 0과 1이 대부분으로 많이 좋아졌더라구요.
보석이를 저대로 놔뒀으면 은둔형 외톨이가 되었을 것 같아요.
아버지
-보석이가 관계에 조심하는 것은 저를 닮은 것 같아요.
안테나를 세우고 사방을 살피는데 에너지를 다 쓰는 것 같아요.
엄마
-4살 때까지 외할머니가 양육을 했어요.
5세부터 제가 키우는데 아이가 느리고 답답해서 너 병신이야? 한 적도 있어요.
얘기를 해도 전혀 교정이 안돼서 아이가 게으르다고 생각했어요.
아버지
-보석이가 5세~7세 때, 제가 제일 힘들 때 였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열등감이 많고 칭찬을 면구스러워하는 성격이었어요. 내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했어요.
보석이가 저를 닮았나봐요. 겉으로는 무뚝뚝한데 속으로 상처를 많이 받는 성격이거든요
엄마
-아이가 생각, 말, 행동이 워낙 느렸어요.
얘가 과연 밖에서 치이진 않을까 친구는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친구도 많고 최근에는 친구에게 카드도 받았더라구요. 내용이 넘 감동적이었어요.
걱정한건, 내 기준으로 한거 였어요.
보석이에 대해서는 늘 불안했고 기준 안에 들어오길 바랐어요. 객관적으로 본다 하면서 계속 판단했어요.
목사님 : 보석아 요즘 어떻게 보내니? 일과가 어떻게 되니?
보석 : 학교 다니고 학원 숙제하고 그래요.
목사님 : 아빠 엄마가 좀 편해졌니?
보석 : 네,예전에는 왜 저렇게 살지? 둘 다 자기 자존심만 세우고, 관계도 안 좋았어요.
목사님 : 누가 더 문제인 것 같아?
보석 : 아빠요, 성격이 불 같았어요. 언제 터질지 몰랐어요.
목사님 : 어떻게 터지니?
보석 : 안방문을 부순 적이 있어요.
목사님 : 언제부터 바뀐 것 같아?
보석 : 아빠가 확실히 진짜 변했어요. 이제는 엄마보다 아빠가 더 편해요.
대하기 어려웠는데 세상에서 젤 만만한 존재가 되었어요.
목사님 : 아빠한테 받은 상처는 어떤게 있어?
보석 : 기억이 잘 안나요.
목사님 : 엄마한테는?
보석 : 엄마의 신경을 건드리는 말을 하면 안 좋아하셨는데 지금은 좋아졌어요.
둘이 싸울 때, 제가 원인인 것만 같았어요. 그런데 구체적으로 기억은 안 나요.
그런 기억은 일부러 지워버린 것 같아요. 기억이 잘 안 나요.
저를 투명인간 취급하면서 동생이랑은 말하는 것 보고 상처를 받은 적이 있어요.(말하면서 계속 눈물)
목사님 : 보석이가 외로웠겠다.
보석 : 밖에서 칭찬을 들으면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라는 생각으로 어색했어요.
목사님 : 어머니께서 보석이에게 미안한 것 3가지 고마운 것 3가지 말씀해 주셔요.
엄마 : 엄마가 상처준 것 미안해. 유치원 갔다올 때 너가 차 안에서 잔다고, 차에서 자라고 하고 내린 것 미안해. 혼냈던 것, 엄마 말만 하는 것도 미안해. 엄마가 미숙해서 그래, 너의 말을 더 듣고 내 말은 줄일게.
지금까지 와 준 것 정말 고마워, 너가 마음이 따뜻해서 고맙고(눈물) 엄마딸이라서 고맙다.
목사님 : 보석이도 엄마한테 하고 싶은 말 해봐.
보석: 엄마가 바뀌려고 노력해조서 고마워. 같은 교회 다녀줘서 고맙고, 엄마가 말할 때, 딴 생각하고 말 안들어서 미안해. 표현
안 한 것 미안, 지금처럼 생활 유지해 준 것도 고마워.
목사님 : 아빠도 미안한 것 고마운 것 한 번 말씀해 보시죠.
아빠 : 니 장남감 뺏어서 사촌동생에게 준 것 미안해. 나도 몰랐는데 너가 그 일을 6학년 때 말해서 뜨끔했어. 보석이가 건강하게 자라려면 엄마아빠가 회복되어야 한다는 걸 알았어.(눈물)
아빠는 단점이 많고 우울 때문에 힘든 부분이 있어. 그것을 감추려고 했는데 이제는 그냥
있는 그대로 찌질한 아빠가 되기로 했어. 많이 미안해(많이 우심)
보석: 그러니까 앞으로 잘 살아. 그래도 안 바뀌는 집도 있는데 조금이라도 바뀌어서 고마워
지금처럼 앞으로도 계속 바뀌었으면 좋겠어.
목사님 : 엄마 아빠도 두 손 꼭 잡으셔요.
엄마 : 아~~졸리다. 목사님 시험에 들게 하시네요.(엄청 어색해 하심)
목사님 : 3가지씩 서로 나눠 주세요.
아버지 : 나는 열등감이 많고 아직도 얘기 못 하는 죄들이 있어.개차반처럼 살았는데
가정 지켜준 당신 고마워. 집안 분위기 좋게 만들어 조서 고마워.
공감 못해조서 서운할 적도 있지만 이런 나랑 살아 조서 고마워.
엄마 : 내가 당신보다 나은사람이라고 생각했어.
내가 힘들게 산다고 생각해서 아주버님 돌아가실 때, 위로도 못해줘서 미안해.
나는 내 연민에 빠져 있었어. 형님 어머님아버님 한테도 죄송해요.
태어나서 나를 힘들게 한 사람이 없었는데, 그게 당신이어서 진짜 미워했고 죽일 정도로 미워했어. 쳐 누워 있어도 남편 있는 게 좋다고 했는데... 당신을 마음으로 많이 죽였는데 그게 미안해. 원래는 애교도 많은데 당신하고 애들이 나를 AI라고 하잖아. 변명같지만 가정에 무심한 것 미안해, AI탈출하도록 노력할게.
목사님 : 휴대폰에 남편은 아내를 '사랑스런 내 아내 하트', 아내는 남편을 '하나뿐인 내 남편 하트'
로 저장하면 어떨까요.(두 분이 그 자리에서 목사님 말씀하신대로 바꿈)
보석이 엄마아빠의 포옹을 끝으로 가정방문을 마무리했습니다. 보석이 부모님과 보석이의 나눔에 함께 울고 웃었습니다. 보석이에게 이보다 귀한 시간은 없으리라 여겨집니다.
보석이네 가정의 일이 보석이네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우리집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보석이 부모님과 함께한 공동체 식구들, 이 모든 것을 함께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