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수련회 2

by 분홍소금
(일러스트 by 솜)

수련회를 마치고 집에 올 때는 청년 선생님들과 함께 스타렉스를 탔다. 우리의 최고 미덕은 나눔, 장소를 가리지 않는 나눔, 스타렉스 안이라고 개의할 우리가 아닌 것은 뻔한 사실! 청년 선생님들과의 나눔 역시 눈물과 웃음과 감동과 감사가 봇물이 터진 것처럼 차고 넘쳤다. 특히 웃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1년 치 웃음을 다 웃은 것 같다.

- 터널이 왜케 길어요? 끝이 안보이네요.

- 우리의 고난 처럼요?

유샘 : 저는 고난이 많아요. 마음을 잡을 수가 없어요. 결혼도 해야 하는데, 아이를 낳으면 PI학원(대치동 영어학원)에 보내려구요. 그 곳이 그때까지 지금처럼 탑을 유지할지 알 수가 없지만요. 힘든 일이 너무 많아요.

나샘 : 선생님은 유목민 같아요.

유샘 : 유목민은 맹샘이죠. 이사를 16번이나 했다고 하잖아요.

맹샘은 문자적으로 유목민, 선생님은 정신적으로 유목민, 어디에도 마음을 두지 못하는 샘, 정말 힘들 것 같아요. 매일 아침에 친 텐트를 저녁에 거둬서 이동을 하는 것이 보통 힘든 게 아니잖아요.

유샘 : 저보고 언니샘들이 그것도 고난이냐고 해요.

나샘 : 엊저녁에 들은 것만 해도 고난이 장난아니더구만요.

유샘 : 네 저 정말 힘들어요. 만날 엄마가 잔소리해요. 기준이 끝이 없어요. 아버지하고는 6개월째 말도 안하고 살아요.

콩샘 : 엄마가 그러는 이유가 뭘까요?

유샘 : 자기가 잘났으니까요. 엄마가 전문직이시니까 저희가 웬만해서는 성에 차지 않나봐요. 저는 장녀로서 착하게 살았어요. 엄마가 원하는 대로 다 했어요. 사범대학도 갔어요. 사범대학에 갔는데도 엄마는 만족을 못하셨어요. 첫 발령지가 남자 중학교였는데 진짜 힘들었어요. 이러면 이런다고 따지고 저렇게 하면 그것 갖고 또 따졌어요. 제대로 대응을 못하겠더라구요. 교사가 적성에 맞지 않는구나, 하고 그만뒀어요. 그때부터 엄마 잔소리가 장난 아니에요.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나샘 : 선생님은 여태 착하게 엄마 맘대로 살았으니까 이제부터 선생님 맘대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유샘 : 근데 맘대로 하려고 해도 제 마음을 모르겠어요.

콩샘 : 전형적인 대치동 키즈네요

나샘 : 제가 볼 때 샘 고난이 언니들보다 훨씬 더 힘들 것 같아요. 언니샘들은 누가 봐도 큰 고난처럼 보였어요. 부모님 이혼 같은 거요. 굉장히 큰 고난이지만 그건 지나간 전쟁이죠. 2차 대전 같은 거요. 물론 후유증도 무시 못하겠지만, 전쟁 중인 사람보다는 오히려 견딜만하지 않을까 해요. 샘의 전쟁은 진행 중 같아요. 내전요.

유샘 : 내전 맞아요.

나샘 : 내전은 국지전이잖아요. 오늘은 여기서 터지고 내일은 그 근처 어디쯤에서 터지죠. 여기 저기 들쑤셔지니 보통 힘든 게 아니죠.

유샘 : 그렇죠그렇죠(눈물)

나샘 : 고난이 있어서 선생님의 가치관이 바뀌신 것 아닐까요? 이타적으로요. 주일학교에서 선생님고난을 약재료로 사용해서 같은 고난을 당하고 있는 아이들을 살려내고 있잖아요. 앞으로도 그럴 것이구요. 선생님 넘 멋져요.

우리가 당하는 물과 불같은 고난에서 가치관이 변한 게 너무 귀한 것 같아요. 고난이 아니었으면 인생의 목적이 잘 먹고 잘 사는 것 아니었을까요?

세상에서 잘나가는 것에 목적을 두고 사는 인생이 좋을 게 뭐가 있을까 싶어요. 고난을 겪고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깨닫고 이타적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지혜와 매력이 넘치죠.

유샘 : 저 별로 이타적이지 않아요. 걍 성공해서 잘 나가고 싶어요.

샘들 : 저도요저도요

나샘 : 저도 그래요 하지만 우리가 100퍼센트 그렇지는 않아요. 그렇기도 하지만 아닌 게 살짝 더 많지 않나요? 40대60?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장르와 종류를 가리지 않는 나눔이 계속되었다. 연애이야기, 결혼이야기, 자녀교육이야기, 직장이야기 등 한 선생님이 구체적으로 내 놓으면, 그 선생님의 이야기가 마법처럼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었다.

상대방의 솔직한 나눔으로 울고 웃으며, 속으로는 ‘저거 내 이야기잖아’ 했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나를 발견하며 타인을 향해 함부로 손가락질 할 수 없음을 가슴으로 인정했다. 다 같이 망가지고 다 같이 위로받은 황금같이 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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