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교토 2박 3일(2)

by 분홍소금

오사카의 우메다 역에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다. 오후 3시에 체크 인이라 그동안 식사를 하기로 했다. 짐을 맡기기 위해 호텔에 가니 직원으로 보이는 맘씨 좋게 생긴 아저씨가 캐리어 한 개랑 백팩 두 개를 묶어서 보관 대에 맡겨 주었다.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다고 하더니 우리 바램과 달리 정말 비가 왔다. 밖으로 나오니 주룩 주룩은 아니지만 우산 없이 다니기엔 애매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 겨울의 추운 기운이 남아있는 데다가 비까지 내리니 어디든 들어가서 따뜻한 국물을 곁들인 식사로 배불리 먹고 싶었다.



-첫날 첫 메뉴로 스시를 먹을 거야.(오잉?)


-근데 스시 먹을 때 국물도 나올까?


-아닐걸, 우린 스시만 먹을 건데.


-비가 오니까 국물이 땡긴다. 근데 그 식당은 어디에 있는 거야?


-한큐백화점 12층이야.



12층으로 올라가니 많은 사람들이 대기 표를 받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솜이 받는 대기 표를 보니 우리 앞에 3 팀이나 있었다. 호텔에 짐을 맡길 때만 해도 완전 지쳤었는데 백화점에 오니 몸 안에 숨어 있던 기운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 듯 힘이 났다. 그새 백화점 구경이 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렸다. 솜이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혼자 신 나서 10층으로 내려 갔다.



각종 잡화와 의류를 파는 매장들이 넉넉한 공간을 여유 있게 차지하고 있었다. 통로도 널찍해서 지나다니기가 편했다. 의류, 잡화, 액세서리, 가방, 그릇 등 서로 다른 품목들이 같은 층에 나란히 있었다. 손뜨개로 만든 의류와 조그맣고 앙증맞은 캐릭터를 포함한 다양한 소품 들이 각각의 개성을 뽐내고 있었다.



손으로 만든 크고 작은 천 가방은 멋져 보였지만 편하게 들고 다니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색상과 디자인이 너무 튀어서 웬만한 의상에는 어울리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가격도 비현실적으로 비쌌다. 하지만 색상이니 디자인이니 가격이니 하는 것은 내게 잠시 스쳐가는 생각일 뿐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오만 가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



가장 많은 점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단연 옷 가게였다.아무리 독특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와도 골라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제각각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화려한 원색의 드레스, 레터링이 요란한 겉옷, 희한한 속옷들을 구경했다.



평범하지만 포인트가 있는 옷(일명 놈코어 룩?) 을 파는 가게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잘하면 인생템을 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래 발품을 팔 필요도 없이 모직으로 된 초록색 긴 치마 하나를 고를 수 있었다 색상과 디자인도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이따가 밥 먹고 솜이랑 와서 사야지 했다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러 온 현지인들도 구경했다. 우리나라의 백화점 풍경처럼 여성들이 많았다. 주변에서 본 그녀들은 상당히 세련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모자, 가방, 신발까지 디자인과 컬러가 그들의 의상과 잘 어울렸다.




12층으로 올라가니 우리 바로 앞에 대기하고 있던 팀이 들어가고 나자 곧 우리 순서가 되었다. 식당에 들어가니 테이블 앞쪽에는 손님이 앉고 맞은편에서는 요리사들이 직접 주문을 받아 즉석에서 조리를 해서 내주고 있었다.


우리는 모듬 한 접시를 시킨 후에 메뉴 판을 보고 맛있어 보이는 것들을 추가로 주문했다. 주문한 음식을 요리사가 한 접시씩 우리 앞에 올려 주었다. 솜과 나는 접시가 올라올 때마다 게 눈 감추듯 날름날름 먹어 치웠다.(폭풍 흡입) 새벽 3시부터 쫄쫄 굶었던 터라 느긋하게 맛을 음미하고 자시고 할 틈이 없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배고플 땐 김치 꼬댕이도 꿀맛이다. 그런데 배가 고프다고 맛있는 음식이 더 맛있어지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맛은 입안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배가 고프니 배를 채우는 게 더 급하다 보니 맛을 제대로 느낄 겨를이 없었다.허겁지겁 먹는 통에 살살 녹는 다고 한 스시의 맛이 진가를 발휘하지 못한 채 식사가 허무하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아참, 장국도 한,사발 먹을,수 있어서 좋았지만 이것도 후루룩 원샷 클리어로 급히 종료되고 말았다.


13층에 가서 디저트를 먹을 때는 내가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한 탓에 솜의 잔소리도 함께 먹어야 했다.

디저트가 끝나고 찜해둔 치마를 사기 위해 우리는 다시 10층으로 내려갔다.


-솜아 어때, 괜찮지


-컬러가 애매해, 채도도 그렇고 이 치마 위에 뭐 받쳐 입을 거야?

차라리 옆에 벽돌 색 바지를 입어봐, 엄마 이런 색깔 좋아하잖아. 엄마한테 잘 어울리기도 하고
-내 눈에는 이게 왜 안 보인 거지 ?

바지를 보니 찜해둔 초록색 긴 바지가 급 촌스럽게 보여서 치마에 대한 미련을 가볍게 접어 버렸다.




호텔 체크 인을 했다. 우리 방은 4층이었다. 솜이 호텔이 신라스테이 정도 수준이라고 해서 기대도 안 했는데 아담하면서도 널찍해서 두 사람이 편하게 쓰기에 손색이 없었다. 창밖으로 요도바시 카메라 건물이 보이고 옆 건물 2층에 스타벅스가 있었다. 오사카 도심의 한가운데에 와 있다는 것이 실감났다.



저녁을 먹기 전에 근처 유니클로 매장에 들러보기로 했다. 건물 4층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었다. 한국보다는 종류도 많고 가격도 조금이라고 싸겠지, 하며 은근히 기대를 하고 갔는데 막상 들어가서 보니 한국에서 본 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격대도 비슷했다.


-옷들이 왜 이렇게 허접해 보이지?


-우리가 방금 전에 백화점을 갔다 왔기 때문이야, 눈이 높아져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거임


-오메 사람이 참 간사한 동물이여!



이치란에서 라멘을 먹었다.


-대기 대기, 그까짓 라면 하나 먹자고 이렇게 대기를 해야 함?


-라면 아니고 라멘 임. 맛있는 것 먹으려면 약간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야.


-라멘도 먹었으니, 그 유명한 도토린지 도톰보리인지 가서, 글리코겐인지 글리코 상인지 봐야지?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도톰보리에서는 우산을 쓸 필요가 없었다. 길 위로 지붕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도톰보리 2ND 스트리트를 비롯해 유투브에서 꼭 가보라고 한 옷 집들을 둘러보았지만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거 없다는 말처럼 아래층 위층 오르락 내리락 다리 고생만 잔뜩 했다. 거리에 있는 옷 가게에 있는 옷들은 천, 디자인, 색감 모두 질이 좋지 않았다. 도톰보리가 명동 비슷하다고 들었는데, 명동은 고사하고, 고속터미널 보다도 못해 보였다.


-관광객 지갑 털이 샵인가? 가격만 터무니 없이 비싸네, 한 번 빨면 못 쓰게 될 게 뻔해.



거리에는 사람들이 차고 넘쳤다. 한, 중, 일 3국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꽉꽉 채워져 있는 것 같았다. 글리코상 앞에서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서 사진을 찍으려고 저마다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도톰보리에서 간식으로 타코야끼를 먹었다.



호텔에 돌아오자마자 솜은 서둘러 잤다. 나는 내일을 위하여 그날의 피로를 싹 다 풀고 싶었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서 한참 동안 물 속에 들어앉아 있었다.



굉장한 볼거리에 감탄을 하거나 혀를 베어 물 정도로 맛난 음식을 먹은 것은 아니지만 모든 순간이 즐거웠다. 모든 속박과 짐들을 벗어던진 홀가분한 기분이 현실이 된 하루를 보냈다. 더 좋은 내일이 이어질 것이고 우리의 2박 3일은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딸아 니 덕분이다. 고마워!


(교토에 이야기도 이어서 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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