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코스프레

by 박일규

나는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칭할 수 있을지 항상 생각한다

사람은 모두 예술가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젊고 어린 예술가는 오줌을 싸서 침대를 적시면 처음에는 따뜻하다가 조금 있으면 차가워진다는 것을 안다

노가다꾼인 나의 아빠도 담배를 피우며 오줌을 눈다


요즘 시대에 뒤떨어지게 글이나 쓰고 앉아있는 나를 아름다운 예술가로 봐줄까 생각한다

누가 나를 그렇게 생각할까


갑자기 오기가 생겨 밖을 미친 듯이 뛴다

밤이라 잘 보이지 않지만 계속 앞을 향하는 발로 글을 쓴다

사람들이 내 발자국을 보고 관심이 없다면 그건 이제 모든 것을 제대로 시작할 준비가 된 거다


옆 집 멍멍개가 나를 보고 짖는지 아니면 달을 보고 짖는지 모르겠지만 어느새 내 발걸음의 박자와 똑같이 짖기 시작한다 너도 데려가 줄까? 그러니 숨지 말고 나오렴


계속 달려 검은 밤의 달을 따라잡는다


반 고흐가 달을 그리려 물감을 푹 떠 캔버스에 밀어 넣을 때 느꼈을 마음을 나는 느낄 수 없었고 그렇게 그려진 그림을 그냥 봤다


숨 쉴 만 하지만 조금은 힘든 척한다

오래된 소설가들의 사진을 보면 항상 비슷하게 대부분 힘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 눈빛을 계속 쳐다보면 눈이 멀 것 같아 고개를 돌리지만 결국은 시선이 다시 간다


달을 지나쳐 계속 달리니 아침해가 떠오르고 햇살이 나를 뒤에서 밀어준다

나는 새벽 공기와 새벽빛을 찍어 얼굴에 발라 칠한다

뒤에서 수군대는 내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그래, 나는 예술가라 불리기보다 예술가 코스프레를 하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글쓰기나 하면서 나도 모르게 언제쯤 화장을 지우고 그냥 편하게 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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