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는 날 어머니는 내게 초 하나를 주셨다
초보다 더 작은 손이 초를 쥐자마자 불이 붙었고
어머니는 그 초를 허투루 쓰지 말라 말씀하셨다
난 내 촛불로 무엇을 밝혀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여기저기 이곳저곳을 밝히려 했고
사방으로 촛농이 튀었다
불을 잘못 놀려 내가 사랑한다고 착각했던 것을 빨갛게 그리고 시꺼멓게 태워 없애버리기도 했다
어느 순간 난 무엇을 밝혀야 할지 깨달았고
촛불 아래에는 글들이 쓰인 종이가 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촛농이 내려앉고 있어
바람이 불든 누가 종이를 억지로 떼어내려 하든 글들은 언제나 촛불 밑에서 비추어질 테다
초라해진 눈빛, 사그라들고 주저하는 마음
이런 것들은 조각조각 오려서 모조리 다 내 촛불에 태워버리려 한다
나의 아름답고 어그러진 글들이 촛불의 빛을 받아
조금이라도 더 따뜻해지고 나의 색을 띨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