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가도 같은 결정을 할 수 있을까?라는 HR결정의 복기와 성장
혼자 판단하는 HR, 결국 무엇이 필요할까?
– 지금까지의 판단 원칙 정리
첫 화에서 이런 말을 했다.
판단이 HR을 만든다.
그때는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글을 지금까지 보았다면, 그 말이 조금 다르게 들릴 것이다.
HR의 일은 제도를 운영하는 일이 아니다.
매일 무언가를 판단하는 일이다.
채용과, 연봉산정 그리고 예외적인 일들의 허용까지.
어떤 결정에 대해 지금 움직일지, 조금 더 기다릴지.
겉으로는 비슷해 보였을지라도, 결국 HR은 이 판단의 순간마다 매번 드러나게 마련이다.
먼저, 결정은 되도록 미루지 않아야 한다.
HR이 "정보가 더 필요하다"라고 말할 때, 대부분은 정보가 문제가 아니다.
결정의 부담이 문제다.
회사는 HR의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멈추지 않는다.
채용이 늦어지면 공백이 생기고, 평가가 늦어지면 신뢰가 닳는다.
판단은 정보가 완벽해진 뒤에 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정보가 부족할수록, 더 빨리 결정해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완벽한 정보는 오지 않는다.
"조금만 더 알아보고"라는 말이 반복될수록, 결정은 뒤로 밀린다.
하지만 현실에서 정보가 완벽해지는 순간은 거의 없으며, 결정이란 원래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내려야 하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불확실함을 안고 결정하는 것이 HR의 일이다.
그래서 결국 기억해야 할 것은 틀린 결정보다 늦은 결정이 더 비싸다.
틀린 결정은 수정할 수 있다.
기준을 고치면 되고, 다음번에 다르게 하면 된다.
하지만 늦은 결정은 이미 비용을 남긴다.
기회비용, 신뢰비용, 감정비용.
이 세 가지는 회계장부에 잘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HR은 틀릴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결정은 기록되어야 한다.
말로 한 판단은 그날의 공기 속에 흩어진다.
회의에서 합의했고, 메신저로 정리했어도, 결정의 맥락이 남지 않으면 시간이 지난 뒤 그 판단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진다.
그리고 기록 없는 결정은 결국 같은 질문이 반복되고, 같은 설명을 또 해야 한다.
"왜 그렇게 했어요?", "누가 그렇게 판단했죠?", "그때 기준이 뭐였죠?"
앞선 글에서 말했듯이 "나중에 문제 되면 어떡하죠?"라는 말의 본질은 미래의 문제를 걱정하는 게 있지 않다.
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가, 그것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가깝다.
그래서 기록은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판단의 책임과 맥락을 보존하는 최소한의 구조이다.
기록된 판단만이 조직에 남으며, 결정은 다시 한번 더 돌아봐야 한다.
좋은 HR은 결정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결정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다시 돌아가도 같은 결정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반복할수록 기준은 성장한다.
결정의 실력은 결정하는 순간이 아니라, 결정 이후에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이 원칙들을 실제로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 것일까?
원칙은 알겠는데, 막상 혼자 앉아 있으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래서 나는 세 가지 도구를 만들었다.
거창한 시스템도 아니다. 혼자 판단하는 HR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 최소한으로 갖춰야 할 것이다.
감이 아닌 구조로 판단하기 위한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기준표다.
자주 반복되는 결정에 내 기준을 한 줄로 적어두는 것이다.
"나는 이럴 때 이렇게 판단한다."를 한 줄씩 적어두는 문서다.
설득을 위한 규정이 아니며, 빠르게 판단하고 설명하기 위한 내 기준이다.
다섯 가지면 충분하다.
채용, 보상, 예외, 평가, 비용.
기준표가 있다면 판단은 빨리지고 설명은 쉬워진다.
두 번째는 판단 메모다.
결정할 때 근거를 짧게 남기는 습관이다.
무엇을 결정했는지. 무슨 기준인지. 어떤 리스크를 가장 크게 봤는지.
결정 직후 3분이면 충분하다.
이 기록이 쌓이면 나중에 "왜 그렇게 했어요?"라는 질문에도 흔들리지 않게 된다.
판단 메모는 방어용이 아니며, 판단의 맥락을 남기는 장치이다.
세 번째는 되돌아보기이다.
결정한 지 한 달 뒤, 혹은 한 분기 뒤, 그 결정을 다시 꺼내보는 습관이다.
질문은 하나면 충분하다.
"다시 돌아가도 같은 결정을 할 수 있을까?"
같은 결정을 할 수 있다면, 그건 그 시점에서 좋은 판단이었다는 뜻이다.
지금이라도 다르게 할 것 같다면, 그것도 실패는 아니다.
그건 기준이 성장했다는 뜻이다.
결국 위의 내용들은 하나의 문장으로 연결된다.
판단이 HR을 만든다.
이 이야기를 시작할 때 했던 말이다.
지금은 아마, 조금은 다르게 보일 것이다.
그래서 HR의 판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판단은 늘 사람의 문제로 이어지고, 숫자의 문제로 이어진다.
HR의 일은 제도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판단을 하는 일이다.
그리고 HR은 무언가를 판단해야 한다.
채용을 할지. 보상을 어떻게 결정할지. 예외를 허용할지. 비용을 어떻게 쓸지.
다음 글부터는 HR이 실제로 마주하는 판단의 순간들을 하나씩 이야기해보려 한다.
첫 번째는,
비용을 판단하는 HR이다.
"HR은 돈을 어떻게 써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