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정한 기준을 언제 깨야 할까"의 시점
"한 번 정한 기준을 언제 깨야 할까"
– 원칙과 예외 사이에서의 판단법
기준을 지키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다. 적어도,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원칙은 물론 중요하다.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 원칙을 입에 달고 다니는 HR이, 정작 현장에서는 이렇게 말하는 순간이 반드시 오기 마련이다.
"이번만 예외로 하죠."
그 말이 나오는 순간이다. HR의 판단이 시험대에 오르는 것은.
기준은 원래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판단을 빠르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 공정성을 확보하고, 감정 대신 구조로 움직이기 위해서였다.
기준이 없으면, 결정은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같은 케이스임에도 불구하고 팀장이 누구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같은 직급임에도 불구하고 목소리 큰 사람이 더 유리해진다.
기준은 그 흔들림을 막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여기서 불편한 진실이 하나 있다.
기준은 항상 과거의 정보로 만들어진다. 그 당시의 상황이라든지, 또는 전략이라든지, 조직 규모라든지.
스타트업 10명일 때 만든 기준과 100명이 넘어선 조직에서 필요한 기준은 다를 수밖에 없다.
조직은 기준보다 빠르게 변한다.
기준은 '영원한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시점의 최적값이다.
그럼 "이번만"은 언제 신호탄이 되는가?
흔들림과 신호는 다르다. 이 둘을 구분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Before - 기준을 수호하는 HR이 보는 "이번만" : 예외를 인정하는 순간 기준 전체가 무너진다고 느낀다. 그래서 버티고, 현실이 기준이 맞지 않아도, 현실을 기준 쪽으로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한다.
After - 기준을 운영하는 HR이 보는 "이번만" : 이 예외가 구조의 문제인지, 단순한 일탈인지를 먼저 읽는다. 그리고 그 세 가지를 확인한다.
- 기준이 현재 전략과 충돌하고 있는가.
사업방향이 바뀌었는데 기준이 그대로라면, 그건 원칙이 아니라 관성이다.
- "이번만"이 반복되고 있는가.
세 번 이상 등장했다면 사람이 흔들리는 게 아니다. 구조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 기준을 지키는 비용이 기회를 잃는 비용보다 큰가.
공정은 지켰지만 인재를 놓쳤다면, 그건 관리의 성공이 아니라 사업의 실패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고 생각된다면, 기준은 이미 바꾸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기준을 깨는 게 문제가 아니다.
설명 없이 깨는 게 문제다.
예외를 인정했다면 왜 달랐는지 반드시 남겨야 한다. "이번 케이스는 이런 이유로 기존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그 한 줄이 다른 기준을 만들 수가 있다.
Before - 기록 없는 예외 : 누군가 조용히 봐주고 넘어간 것처럼 보인다. 그게 쌓이면 기준 자체가 우스워진다.
After - 기록 있는 예외 : 기준이 현실에 맞게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기록 없는 예외는 흔들린 것이다. 기록 있는 예외는 기준의 진화가 된다.
HR은 기준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기준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원칙과 예외 사이에서, HR은 결단하는 자리에 서 있지 않다.
기준을 언제 지키고, 언제 손볼지를 읽는 자리에 서 있다. 그 판단 자체가 HR의 역량이라고 본다.
기준을 수호하는 HR은 예외 앞에서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기준을 운영하는 HR이야 말로 예외 앞에서 판단할 수 있다.
다음 화에서는
혼자 결정하는 HR이 반드시 만들어야 할 세 가지.
기준표와 판단 메모, 그리고 되돌아보기.
감으로 판단해 온 것들을, 구조로 바꾸는 방법을 이야기하려 한다.
혼자 판단하면 빠르다. 하지만 구조가 없으면 흔들린다.
이제 감이 아니라 도구로 이야기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