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세분화(Market Segmentation)의 이해
1. 파스꾸지 2. 할리스 커피 3. 투썸플레이스 4. 빽다방
답안 선택지를 보고 갸우뚱하시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1번부터 4번까지 모두 커피를 파는 매장이니 정답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답은 분명 있다. 바로 4번! 빽다방이 정답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같은 ‘커피’를 팔고 있지만 서로 다른 시장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케팅에서 기본적인 개념인 세분화(Segmentation) 방법을 알면 이해하기 쉽다.
위의 예시에서 사용된 기법은 가장 대표적인 시장 세분화(Market Segmentation)이다. 시장 세분화란 ‘비슷한 선호와 취향을 가진 소비자를 묶어서 몇 개의 고객 집단으로 나누고 이 중에 특정 집단을 골라 기업의 마케팅 자원과 노력을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출처: 한경 경제용어 사전). 시장을 나누는 기준은 성별, 나이, 소득 수준, 지역, 문화, 성격 등등 무수히 많다. 질레트에서 면도기를 남성용과 여성용을 구분해서 판매하는 것이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다. (면도날 자체에 그렇게 큰 차이가 있을까? 포장과 모양만 조금 바꿔서 새로운 고객층을 공략하는 것이다.)
이제 커피 시장의 세그멘트(Segment)를 분석하며 정답 해설을 해야겠다. 스타벅스 커피와 뺵다방이 제공하는 가치는 전혀 다르다. 스타벅스는 아늑한 인테리어, 노트북 사용 공간, 무료 와이파이, 바리스타가 로스팅한 고급 커피를 제공한다. 반면 빽다방은 싸고, 양이 많으며, 새롭고 다양한 메뉴의 음료를 판매한다. 빽다방의 고객들은 와이파이나 맛있는 커피를 위해서 뺵다방을 찾지는 않을 것이다. 즉, 경쟁관계를 찾을 때에는, 고객의 니즈가 다른 업체의 가치 제공에 의해 충족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만약 뺵다방보다 ‘카페 봄봄’이 더 가까이 있거나 저렴하다면, 그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스타벅스를 찾던 고객들은 상황에 따라 투썸 플레이스나 할리스 커피와 같은 경쟁사를 찾을 용의가 있다.
재미있는 부분은 시장의 세그멘트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자꾸 변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기준을 먼저 발견하여 공략하는 쪽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교 신입생 시절에 가장 저렴한 커피는 이디야 커피였다. 주로 2층 그리고 대로변이 아닌 골목에 자리를 잡고 인테리어 비용을 줄여서 값싼 커피를 제공할 수 있었다는 기사를 접한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디야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으며, 더 나아가 합리적인 가격에 커피를 즐기려는 고객층을 잘 포착했었다. 세분화의 성공적이 사례로 불리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필자가 군대를 다녀오고 난 이후에는 더 이상 이디야 커피는 저렴한 편에 속하지 않았다. 수많은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이 생겼고, 1000원에 커피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이는 ‘자리값’을 내지 않고 오로지 커피만 즐기려는 고객층을 타겟으로 하는 것이다. 틈새시장(niche market)을 공략하고 가격 경쟁력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려는 의도이다. 이렇게 시장의 크기가 클수록 세분화는 더욱더 공격적으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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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에 학교 경영대 건물 내에 콜드브루(Cold Brew Coffee) 자판기가 잠시 설치되었다. 일반 카페에서 3000~5000원 대에서 팔리는 콜드브루 커피를 18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값싸고 접근성이 좋았기에 내가 자주 애용하였다. 살펴보니 그것은 교내 스타트업 팀에서 만든 것이었다. 아직은 100% 자동화를 못했기에 담당자가 옆에서 계속 관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믹스커피가 점령했던 자판기 시장을 이제는 스페셜티 커피가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목도한 것이다. 이 커피 시장의 세분화는 어디까지 발전할지 궁금하다.
ps) 그냥 이론을 보고 외우려고 하지 말고 시장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포인트!
ps) 어디까지나 이론에 기반한 나의 잠정적인 생각일 뿐이다. 하지만 고객들의 카드내역을 분석하면 실제로 세분화가 잘 이루어져 있는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