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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녁s토리 Sep 12. 2017

오키나와 3박 4일 포토에세이

투명하고 맑음에 취해버렸다



오키나와로 취항하는 저가항공이 많아지면서, 오키나와를 찾는 관광객이 많아졌다. 나도 이 기세에 합류하여 여름방학이 끝나기 직전 친구와 3박 4일 여행을 다녀왔다. 굉장히 맑고 깨끗했기에, 휴양하기 좋은 곳이라 생각한다. 사진과 함께 그 기록을 남겨보고자 한다. 그전에 오키나와에 관한 간략한 프로필을 정리해보자.






1. 오키나와는 생각보다 OO 하다.


1-1. 오키나와는 생각보다 일본 본토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한반도에서 제주도 거리 정도로, 오키나와도 일본 본토에서 그렇게 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비행기 타고 인천공항에서 2시간가량 걸리는데, 동경에서도 비슷한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빨간 동그라미가 오키나와.


1-2. 오키나와는 생각보다 크다.

  '휴양지 섬'이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다 작을 것 같았다. 교통편 계획을 짜기 전까지는, 30분이면 가고 싶은 곳 다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오키나와는 제주도의 2/3 크기였고, 세로로 긴 형태의 섬이었다. 북부 지역을 관광하기 위해서는 왕복 4~5시간가량 차를 타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아래는 같은 척도로 비교해 본 제주도와 오키나와의 크기이다.


    


1-3. 오키나와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거주한다.

  약 140만 명의 인구가 오키나와에 산다. 제주도 약 65만 명, 수원시 약 120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수의 인구가 산다고 볼 수 있다.



2. 오키나와에는 미군이 주둔한다.


  위의 지도에서 확인했듯이, 오키나와는 굉장한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있다. 세계 2차 대전 당시에는 이 오키나와를 두고 일본과 미국이 아주 치열하게 싸웠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고 미국과 일본 사이의 강화조약에 의해 한 동안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1972년이 되어서야 일본에 완전히 반환했고, 현재는 미군 기지가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인지 오키나와에서는 미국의 문화가 스며든 것을 찾아볼 수 있다. 관광지로도 유명한 '아메리칸 빌리지'가 있고, 스테키(스테이크), 타코라이스 등의 음식에서도 미국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3. '류큐왕국'이 오키나와의 옛 이름이다.


  오키나와 동부에 있는 '슈리'를 도읍지로 삼아 약 400년 간 왕조를 유지했다고 한다. (오키나와의 대중교통인 유레일을 타고 '슈리성'을 갈 수 있다. 일본의 양식과 중국의 것이 어우러져 류큐왕국만의 독창적인 문화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일정상 가보지 못했다.) 이 류큐왕국은 19세기 말 일본의 침략을 받아 오키나와 현으로 복속되었다.



여기까지 오키나와의 간략한 프로필이었다.






1일 차



오키나와의 하늘은 3박 4일 내내 감탄을 불러 일으켰다.


저가항공인 피치항공을 타고 갔다. 16:00에 출발했던 관계로 숙소에 도착하고 나니 거의 21시였다. (비행시간은 2시간가량) 추가적인 일정을 소화하기는 무리였고 숙소 근처의 국제거리를 구경하며 먹는 데에 집중했다.



얏빠리 스테끼. 국제거리에 4호점까지 있다. 싸고 맛있다!


얏빠리 스테끼



자색고구마 타르트. 종류도 많고 시식도 해 볼 수 있다.


오키나와 지역 브랜드 블루씰 아이스크림!




2일 차


둘째 날에는 스노클링과 스쿠버 다이빙을 했다.

'카이자 마린'이라는 업체를 통했는데, 한국어를 할 수 있는 강사분이 있어서 교육받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Reeffers라는 일본어와 영어만 쓰는 업체가 있었는데, 조금 더 저렴하고 여러 포인트를 둘러볼 수 있다. 이쪽을 신청하다가 예약 과정에서 혼선이 생겨 카이자마린을 택하게 되었다.)

나는 케라마 제도 A코스를 신청했고, 예약금 + 엔화 지불금액은 약 13만 원가량이다. (장비, 보험, 점심 포함)

요트를 타고 50분가량 케라마제도를 가서 해양 액티비티를 하는 것이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지 않고 스노클링만 한다면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요트 선착장 모습. 다행히 날씨가 맑았다.


케라마 제도로 떠나는 요트. 50명 조금 넘게 탔는데, 만선이라고 했다.



도착한 케라마 제도.



스노클링 장비를 쓰고 수면 아래로 얼굴을 집어넣었을 때, 그 광경은 잊지 못하겠다. 진짜 깜짝 놀랐다. 깊고 에메랄드 빛의 바다에서 물고기들이 내 옆을 지나다니고 있었다. 수면 위에서 보는 것과는 천지차이였다. 그리고 해변가에서 해수욕을 하는 것과도 또 달랐다. 햇빛이 약 6m 아래의 바닥까지 투과될 정도의 투명함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함은 느껴봐야 알 것이다. 이 한 순간의 감정만으로도 13만 원의 값어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한참을 스노클링 하면서 놀다가 지루해졌을 때쯤, 스쿠버 다이빙할 차례가 왔다. 지시에 따라 장비를 챙겨 입고, 입수했다. 전문 다이버가 나와 친구의 손을 잡고 이끌어 준다.


물 속에서 잔뜩 찌그러진 얼굴을 차마 보이기 힘들었다.



스쿠버 다이빙도 굉장했다. 바닷속에서 숨 쉬는 것의 자유를 얻는다는 황홀감이란....

물고기 밥도 주고, 말미잘 사이에 숨어있던 니모도 눈 앞에서 관찰했다. 다만 좀 짧아서 아쉬웠다는 것 ㅠ

나 혼자서 바다를 헤엄쳐 다니고 싶었지만, 초심자였기에 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따라다녀야 했다.

나중엔 자격증을 따고 독립적으로 구경할 수 있는 펀 다이빙을 꼭 해보고 싶다..!

그만큼 스쿠버 다이빙이 재미있었다.



아침부터 약 16:00까지. 반나절의 수영이 끝나고 돌아갔다.

다시 1시간을 달리고 달려 선착장에 도착했고, 송영서비스를 타고 18:30분경 숙소에 도착했다.

샤워를 마친 후에는... 2시간 동안 그대로 뻗어 있었다. 배고픈 줄도 모르고 쿨쿨 잤다.

밤늦게 국제거리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하루를 마감했다.




3일 차


셋째 날 일정은 오키나와 북부관광이었다.

렌트를 하면 좋았겠지만, 운전을 할 여력이 없었기에 버스투어를 신청했다.

나는 JINO 투어를 이용하였고, 가격은 약 54000 가량으로 기억한다. 가이드가 동행하지 않는다면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가이드 있는 게 좋은 것 같다. 오키나와의 특징, 역사 그리고 문화에 대해서 잘 설명해주시고 관광을 편하게 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


만좌모 - 코우리지마 - 츄라우미 수족관 - 아메리칸 빌리지 순서로 이동한다. 아침부터 저녁 18:00까지의 일정이며 내려주는 포인트에서는 자유 관광이다. 시간만 잘 맞춰 버스에 승차하면 된다.


만좌모


만 명이 앉을 수 있을 정도의 벌판이라고 하여 만좌모라 불린다. 그런데 굳이 여기까지 와서 만 명이나 앉을 일이 있나... 앉을 순 있긴 하나..? 의구심이 들긴 하였다. 아주 광활한 정도는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20분가량의 하이킹 코스로 딱 좋은 것 같다. 하늘까지 청명하니 더할 나위 없었다. 해안을 따라 걷는 것이 제주도 둘레길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차이점을 찾자면...둘레길은 해안절벽에 있는 주상절리를 보는 것이 일품이고, 만좌모는 끝없이 펼쳐진 에메랄드 빛 바다를 구경하는 것이 최고다.


만 명이 앉을 정도의 벌판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 만좌모



가벼운 산책을 할 수 있을 길이 있다.



만좌모의 포토존. 코끼리 바위.





코우리지마(코우리 섬)


만좌모 구경을 마치고 40분가량을 달려 코우리섬에 도착했다. 사실 코우리 섬보다 코우리 대교를 보러 간 것이라 해도 과장이 아닐 듯하다. 양쪽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일직선으로 뻗은 코우리 대교를 달리는 것을 찍었어야 했는데.... 버스를 탔던 관계로 불가능했다. 다음엔 스포츠카를 타고 뚜껑 연 채로 달리도록 하자.

다리 아래쪽으로는 흰 백사장이 널려 있고 투명한 바닷물이 찰랑거린다. 지난 1년 동안 이런 맑은 광경을 보고 싶어서 끙앓았었는데...소원성취했다. 다만 샌들을 신고 가지 않아서 발을 담가 보지 못한 것이 한이다.


뒤쪽으로 보이는 다리가 코우리 대교.



해수욕도 즐길 수 있다.



소실점 사진 찍기. 방둑마저 멋있다.






마트에서 산 간식. 왼쪽은 A&W 루트비어인데, 맥주는 아니고 '오키나와 콜라'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호불호 강하게 갈리는 맛인데, 맛보는 것 정도는 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만 사도 충분하다."





츄라우미 수족관


비록 '세계에서 가장 넓은 수족관'의 타이틀은 빼앗겼지만, 츄라우미 수족관만의 강력한 콘텐츠가 있기에 사람들의 발걸음은 끊이질 않는다. 심해어 수족관, 산호초 수족관 등 심혈을 기울여 조성한 아쿠아리움들 등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쿠로시오 바다'라는 초대형 수족관이 츄라우미 수족관의 강점이지 싶다. 22m 높이의 수조 앞에 서면 그 중압감에 압도당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고래상어, 쥐가오리 등 쉽게 접하기 힘든 대형 해양생물들을 볼 수 있다. 츄라우미 수족관이 자랑스럽게 내세울만한 부분이다.  



버스에 내려 육교를 건너면 츄라우미 수족관으로 이어진다.



뒤쪽으론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다. 원래의 보금자리를 향해 도약하지 못하는 씁슬함.



고기 반 사람 반. 한 시간 가량 여유롭게 앉아서 고래상어를 멍하니 쳐다봤다.



굉장히 크다.



앞으로 잘 비집고 들어가면 찍을 수 있다.



"뀨"   / 참고로 눈처럼 보이는 저것은 코라고 한다.


니모




60 cm 두께의 아크릴 패널로 수압을 지탱한다.


 뒤편으로 걸어나가면 바다를 마주할 수 있는데...여기도 정말 맑다ㅜ





아메리칸 빌리지


버스투어의 마지막 지점이다. 18:00까지 승차를 하고 나하시내로 돌아갈 수도 있고, 그냥 남아서 개인적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돌아가는 방법이 조금 귀찮고, 비용이 들더라도 꼭 남아서 일몰을 보길 바란다.

이름에 걸맞게 '선셋비치'에서 해가 넘어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정말이지..감동적이다. 두터운 구름이 두둥실 떠있었고, 이따금 이착륙하는 비행기들이 그 사이를 가로지르며 화룡점정을 찍어준다. 오렌지빛-핑크-적갈색으로 물들어 가는 수평선을 배경으로 떠다니는 배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일몰 전까지 거리를 구경하고, 군것질을 하며 시간을 때웠다. 잡화, 옷 등 쇼핑할 것도 많으니 자금이 넉넉하다면 충분히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아메리칸 빌리지의 상징인 관람차



오키나와에만 있는 A&W버거. 최...최고였어...자꾸 생각난다 ㅠ



타코라이스. 타코 고명 아래로 밥이 보인다.



아메리칸 빌리지의 거리.


내가 좋아하는 키스 해링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아래부터는 선셋비치의 일몰 사진들.


말이 필요 없다.


비행기가 보인다.







나와 친구는 해가 넘어가고도 아쉬워서 그 자리를 계속 지켰다. 심지어 숙소로 향하던 발걸음도 돌리고 맥주와 간식거리를 사들고 다시 방파제를 찾았다. 앉아만 있어도 기분 좋은 곳이었다.


너무 늦게 돌아가서 진짜 가고 싶었던 맛집 못 간 것은 비밀




마지막 날



13:00 비행기였기에 마지막 날은 스케줄 잡은 것이 없었다. 아담한 피치항공 비행기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3박 4일 내내 비 한 번 안 내리고, 오동한 구름들로 맞이해준 오키나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왔다. :)










* 오키나와 여행 꿀팁. (내가 다음에 온다면 이것만큼은!)


숙소를 한 곳에 계속 두는 것이 아니라, 아메리칸 빌리지 쪽에서 1박을 해도 좋았을 법했다. 아메리칸 빌리지와 나하 시내는 꽤나 거리가 있고, 교통편이 좋지도 않다. 아메리칸 빌리지 선셋 비치에서 해수욕을 하면서 일몰을 접하는 것도 굉장할 것 같다. 해수욕을 하고 나면 아무래도 바로 숙소로 돌아가서 씻는 것이 좋을 테니까.



썬크림, 챙이 큰 모자, 선글라스, (+팔토시) (+휴대용 선풍기)은 필수! 물도 자주 마셔줘야 한다.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극강의 햇볕과 더위가 여행 내내 나를 괴롭혔다.

오키나와 또 가고 싶은 곳 임은 분명하다. 다만 7~8월은 피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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